민족의 아픔과 역사, 동토의 땅을 말하다

[시선집중 이 사람]시베리아 횡단한 조기선 전남CBS 보도제작국장

동토(凍土)의 땅, 시베리아. 그 가운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해 이르쿠츠크, 예카테린부르크 등을 거쳐 모스크바까지 이어지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여행자의 발길을 이끄는 ‘마력’을 지녔다.


동아시아의 끝자락에서 유럽 관문까지 이어지는 총 연장 9288km. 지구 둘레를 4분의 1가량 휘감을 수 있는 거리는 여행자들의 상상력을 압도하기 충분하다.


하지만 여행자가 막연히 꿈꾸는 동토의 땅엔 우리 민족의 시원(始原)과 함께 아픈 역사가 서려 있다.
전남CBS 조기선 보도제작국장(당시 광주CBS 소속)은 지난해 8월 12박13일 동안 ‘시베리아 횡단 대장정’을 다녀온 뒤 사진전을 개최한데 이어 책 출간(3월 예정)을 위한 마지막 퇴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기선 국장은 “탐방단 일원으로 지난 8월10일부터 22일까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스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이르는 유라시아횡단 대장정에 참여했다”며 “지난해는 연해주 한인 강제 이주 15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였다”고 설명했다.


▲조기선 국장이 시베리아 횡단 대장정 중 러시아 동부 아무르주에 있는 벨로고르스크 역 앞에서 기념 촬영한 모습.

특히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지나는 곳곳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얼이 서려 있다는 게 조 국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숨 가쁜 기적 소리가 닿는 곳마다 한민족의 자취와 혼이 숨 쉬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러시아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에 자리 잡았던 한인 집단거주지인 ‘신한촌’, 전로한족중앙총회(고려국민회)가 결성된 곳이자 지금도 극동 고려인 1만여명이 모여 사는 ‘우수리스크’, 한민족의 시원인 바이칼호수의 ‘알혼섬’ 등이 있다. 


그는 “연해주를 비롯해 시베리아는 항일운동의 무대이자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곳”이라며 “그래서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타는 한국인들은 시간과 의지만 있다면 항일독립투쟁의 발자취를 더듬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국장은 “한민족의 시원인 바이칼 호수 탐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세계 최고 수심을 자랑하는 바이칼 호수는 전 세계 담수의 20%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지역은 브리야트 공화국에 속하는데, 브리야트족은 우리 한민족과 외모, 풍습 등이 매우 흡사했다”고 회상했다.


탐방단의 족적은 지난해 9월25일부터 10월2일까지 광주시청 1층 로비에서 개최됐던 사진 전시회(‘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다-산하의 맥, 유라시아로 잇는다’)를 통해 빛을 봤다.


시베리아 횡단 원정단에는 유치원생부터 60대 교수, 회사원 등 다양한 광주시민들이 참여했고 조 국장을 비롯해 광주MBC 이경찬 PD, KBS광주 김기중 기자 등 언론인 3명도 동참했다.


그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대장정에서 보고 느낀 바를 광주시민 등과 공유하고 싶어 전시기획을 맡아 사진전을 개최했다”며 “앞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기 위해 방일영문화재단의 저술 지원을 받아 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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