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논리로 접근하면 제2의 김연아·이상화 나올 수 없다

[현장을 달리는 기자들]평창동계올림픽 분산 개최 논란 취재-강원도민일보 김여진 기자

▲강원도민일보 김여진 기자

2018 평창겨울올림픽을 바라보는 민심이 대관령 겨울바람만큼 차갑습니다. 2011년 7월, 삼수의 도전 끝에 유치에 성공했을 때 남아공 더반에서 들었던 뜨거운 함성과 환호는 꿈이었나 싶습니다.


평창올림픽을 직접 치르는 지역에 있는 신문기자로서 올림픽은 늘 최대 이슈이자 심층 취재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2~3개월여간 더욱 높은 긴장감 속에 올림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는데요. 평창 안팎을 휩쓸었던 분산개최 논란 때문입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해 12월 개최도시나 국가 밖 분산개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올림픽 어젠다 2020’을 채택하면서 평창도 들썩였습니다.


취재는 투트랙이었습니다. 강원도와 강원도의회, 개최지역 민심을 전하는 동시에 IOC를 직접 출입하지 않는 만큼 주요 외신 모니터링도 게을리할 수 없었습니다. 지역 논리에 매몰되기 보다는 이 같은 제안이 나온 배경과 평창에 미칠 영향 등을 선배들과 함께 객관적으로 분석하는데 노력했습니다.


최근 IOC가 기존 경기장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분산개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지역 내 의견은 아직 분분합니다. 언론도 논란을 종식시키고 성공 개최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첫 번째입니다. 하지만 언론마저 분산 필요성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전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목소리도 없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논란은 평창올림픽에 대한 외부의 시선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일부 언론사와 포털사이트 등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분산개최 찬성비율이 상당히 높았던 것은 평창의 개최 능력에 의문을 표하는 국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외신에서도 비용 부담 등의 문제에서 조직위와 강원도, 정부 등 추진 주체가 IOC에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분석이 심심찮게 나왔습니다. 분산 가능성에 반색하던 강원도 내 비개최 지역의 소외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어젠다 발표 이전까지 바이블처럼 여겨졌던 비드파일은 사실상 파기됐지만, IOC의 결정과 제안으로 평창이 혼선을 빚은데 대해 IOC가 유감을 표할 리는 만무합니다. IOC는 “도울 방법을 제안했을 뿐”이라는 정치적 수사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우리가 풀어야 합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의 슬로건은 ‘새로운 지평’입니다. 겨울올림픽의 불모지 아시아에서 올림픽 정신을 나눠 펼치겠다는 너른 이상이 돋보이는 시원한 문구입니다. 유치 성공 직후 기쁨으로 가득했던 더반의 만찬장에서 건배사로 써먹었던 기억도 납니다.


▲경기장 사후관리, 생태피해 최소화 대책, 갈라진 강원도 지역 내 민심 수습 등 평창동계올림픽은 대회 시작 전부터 많은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사진은 건설이 한창 중인 평창 슬라이딩 센터. (뉴시스)

하지만 최근의 올림픽 준비상황을 보면 17일간의 대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경기장 사후 활용방안과 문화·관광레거시 창출대책은 뒷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레거시 대책이 전제되지 않으면 올림픽의 완전한 성공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좁은 시야와 단기적 발상으로는 새로운 지평을 열기 어렵습니다.


경제 논리에만 매몰되다가 제2의 김연아, 이상화 선수를 키울 수 있는 체육계의 유산도, 천혜의 조건을 가진 동해안과 대관령의 관광유산도 사라져 버릴까 우려스럽습니다. 대한민국의 무한한 정신문화 유산을 세계에 펼쳐 보일 기회도 놓칠 수 있습니다.


이상화·모태범·이승훈 선수의 선전에는 그리 열광하면서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는 400m 빙상트랙을 올림픽이 끝나면 철거한다는 사실에는 왜 주목하지 않는 것일까요. 국격에 맞는 투자가 절실합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유치와 대회 성공을 염원하는 지역 주민들이 “이렇게 말도 탈도 많을 대회였다면 왜 유치했느냐”는 비아냥거림을 모두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물론 지역에서도 세계적 기준에 맞춘 서비스와 시민의식 제고 등을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민관은 물론 지역 언론에서도 문화도민운동 캠페인에 일제히 나서고 있는데요. 이러한 노력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가시적 성과를 내도록 충실히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올해는 평창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겨울왕국으로 거듭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본격적인 해입니다. 이 길에 지역 언론이 진정한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저부터 분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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