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입사 3년차 PD를 해고했다. 2012년 MBC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7명이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한 명의 해고자가 나온 것이다. 파업 당시 인사위원장으로 해고를 진두지휘한 안광한 사장은 아무도 납득 못하는 이유를 들어 해고의 칼춤을 추고 있다.
“MBC ‘도륙의 시대’는 도대체 언제 끝날 것인가.” MBC가 지난 21일 권성민 예능PD를 해고하자 박성호 해직기자가 탄식하며 내뱉은 말이다. 권 PD는 지난해 5월 자사의 세월호 보도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다가 정직 6개월을 받고 복귀한 지 한 달여 만에 해고됐다. 지난해 12월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발령을 받은 후 예능국 사람들과 제작기를 그린 웹툰 ‘예능국 이야기’를 개인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 해사행위라는 이유다. 권 PD는 현재 재심을 요청했으며, 28일 인사위원회에서 징계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MBC는 권 PD가 인사발령을 ‘유배생활’로 지칭한 것이 회사를 비방한 것이며, 2010년 김재철 전 사장이 발언한 ‘공정방송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돌을 매달아 나를 한강에 던져라’를 인용한 것이 전직 사장을 조롱한 것이라며 문제 삼았다. 이어 “SNS는 개인적 공간으로 한정할 수 없다”며 “편향적 성향과 개인적 불만에 따라 행하는 해사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와 한국PD연합회, MBC공동대책위원회 등은 “MBC가 개인의 솔직한 심정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노동자에게 ‘살인’과 다름없는 해고를 했다”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언론사가 오히려 앞장서서 이를 훼손하고 있다. 경영진의 해사행위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해직자인 정영하 전 위원장도 “구성원들에게 침묵하라며 비판조차 (경영진의) 허락을 받으라는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표현의 자유가 없다고 선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해고 철회 요구도 쏟아지고 있다. “참담한 심정”에 권 PD의 고등학교 시절 은사는 다음 아고라에 해고 철회 청원을 등록했고, 27일 오후 11시 현재 2919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2012년 무더기 해고사태가 권 PD 해고를 계기로 안광한 체제에서도 나타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2년과 달라진 점은 김재철 전 사장이 물러난 것뿐. 현 인사위원장인 권재홍 부사장과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이진숙 보도본부장 등 인사위에 ‘김재철 사람’은 그대로다. 실제 현 경영진은 지난해 외부 법무법인에 인사평가를 토대로 한 해고 가능성을 자문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2012년 파업과정에서 가장 먼저 해고된 이용마 기자는 마이크를 놓은 지 벌써 1060일째다. 김 전 사장 체제에서 공정보도 논란이 일자 보도책임자 불신임투표와 제작거부를 진행한 박성호 기자회장은 2번의 해고를 당했고, 전직 노조위원장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는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영문도 모른 채 해고됐다.
7명의 해직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1심에서 모두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회사는 대법 판결을 고집하고 있으며, 기약 없는 시일에 해직자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눈엣가시’를 골라내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승호 PD는 SNS을 통해 “(권 PD 해고는)결국 법원에 의해 ‘해고 무효’로 정리되겠지만 많은 시간이 걸릴 테고 판결이 났을 때는 안광한 사장 등 책임자들은 MBC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성호 기자도 “MBC는 소송에서 져도 상관없다는 듯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사람들을 계속 내쫓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하 전 위원장 등 6명의 해직자가 제기한 해고무효소송은 오는 4월1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으며, 이상호 기자는 지난해 10월 2심에서도 “사측의 징계재량권 남용”이라고 판결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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