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권성민 PD의 해고 소식에 MBC 해직언론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믿기지 않는 결과에 ‘설마’했고 말문이 먼저 막혔다. 2012년 MBC 파업 이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이용마 전 홍보국장, 정영하 전 위원장, 강지웅 전 사무처장, 박성호 기자회장,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 이상호 기자에 이은 8번째 해고였다.
정영하 전 위원장은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공영방송인 MBC가 무너뜨렸다”며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쐐기를 박은 역사적인 인사위원회”라고 비판했다. 정 전 위원장은 “언론사로서 더 이상 기능할 수 없다는 명확한 반증”이라며 “언론은 항상 부패한 집단의 문제를 다루고 그것은 내부 고발자의 증언과 자성에서 나온다. 하지만 솔직하게 회사 사정을 진단하고 표현했다는 이유로 MBC는 권 PD를 해고했다”고 말했다.
MBC는 21일 권 PD가 그린 ‘예능국 이야기’ 웹툰에서 경인지사 발령을 ‘유배’로 표현한 것과 김재철 전 사장의 ‘공정방송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내게 돌을 매달아 한강에 던져라’는 발언을 인용한 것이 회사 비방이라며 해고했다. 정 전 위원장은 “김재철 전 사장 발언은 2010년 취임 당시 본인이 직접 말한 명백한 사실이다. 권 PD에게만 말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공언한 것”이라며 “또 예능 PD를 예능국에 그대로 뒀다면 과연 이런 만화가 나왔겠는가. 징계 후 복직한 예능 PD를 전혀 (예능)일 할 수 없는 경인지사에 보냈는데 당연히 유배”라고 말했다.
정 전 위원장은 “회사는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표출하지 말고 시키는 것만 하라는 것”이라며 “잘못된 행위를 지적하는 것도 당사자(경영진)의 허락을 받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해고는 권 PD만의 일이 아니다. MBC 구성원의 문제를 넘어 국민들에게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없다고 선포한 것”이라며 “해고의 책임이 있는 이들에게 언젠가 부메랑으로 작용해 응당한 대가를 받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승호 PD도 페이스북을 통해 “유배자가 자신을 유배자로 불렀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MBC경영진”이라며 “이번 일도 결국 법원에 의해 ‘해고 무효’로 정리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시간이 걸릴 테고 판결이 났을 때는 안광한 사장을 비롯한 책임자들은 MBC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PD는 “다시는 MBC 같은 불행한 언론이 나오지 않도록 반드시 현 경영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어떤 과정에서 이런 비상식적인 일들이 저질러졌는지 공영방송 훼손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와 청문회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이 반복적으로 징계가 무효라고 선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MBC에 큰 손해를 끼치면서 불법징계를 계속 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업무방해”라고 꼬집었다.
이용마 기자도 이번 해고 사태는 “천인공노(天人共怒) 할 만행”이라고 성토했다. 이 기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MBC의 오만함이 극치를 이루고 있다”며 “예능 PD들의 오열이 여기까지 울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권 PD 만화는 예능국에서 경인지사로 쫓겨난 뒤 자신의 주변 상황과 회사 생활, 심정을 일기체로 그린 일종의 만화일기”라며 “그런데 해사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는 회사 보도자료를 그대로 해석하면 회사에 대한 불만이 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회사외부에 유포’하면 ‘근거 없는 비방과 왜곡’ 나아가 ‘그릇된 정보와 선동을 전파하려는 일탈’이 된다. SNS는 개인적 공간이 아니라는 MBC만의 초법적 선언도 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구성원들에게 불만이 있어도 드러내지 말고 꾹 참고 침묵해야 한다는 MBC는 더 이상 언론사가 아니다”며 “MBC는 헌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인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위반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가장 옹호해야 할 회사가 누구보다 앞장서서 막고 있다”고 밝혔다.
PD인 강지웅 전 사무처장은 “솔직히 괴롭다. 너무 황당해서…”라며 말을 길게 잇지 못했다. 강 전 사무처장은 “정직 6개월도 황당했는데 전혀 해고의 근거가 되지 않는 이유로 회사 명예를 실추했다는 것은 한마디로 괴롭히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전 사무처장은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하면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대법까지 3심을 하겠다는 것인데 솔직히 사람으로서 할 일이 못 된다”며 “자신들이 가해자임에도 경영진은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 아무도 해고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면 집단적인 광기 아닌가. 연차가 얼마 되지 않은 PD를 해고하는 것은 한마디로 영아 살해와 비슷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PD 해고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순간 박성호 기자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MBC의 ‘도륙의 시대’는 도대체 언제 끝날 것인가.” 박 기자는 “회사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찍소리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그동안 기자, PD 등 구성원들이 회사의 잘못된 방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면 징계하거나 인사상 불이익으로 억압했지만 이제는 갈 데까지 갔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누구보다 언론의 자유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언론사에서 이제는 개인적인 머릿속 생각도, 표현도 검열의 대상이 된다”며 “회사 마음에 들지 않는, 거슬리는 언행은 용서하지 않겠다는 무자비한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MBC는 나치 치하에서 신음했던 유태인들, 유신 시절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했던 언론과 국민들에 버금가는 상황이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MBC는 해고 만능주의, 소송 만능주의 같다”며 “저희가 회사에 돌아가기 위해 몇 년 동안 싸우고 있지만 회사는 소송에서 져도 상관없다는 듯 전혀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사람들을 계속 내쫓고 있다. 걱정 된다”고 말했다.
박성제 기자도 “개인적으로 만나본 권 PD는 회사에 대한 애정도 깊고 방송과 예능에 대한 센스가 있는 진실한 친구”라며 “몰지각한 간부들이 웹툰을 트집 잡아서 해고했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경영진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과시하려는 데서 희생양이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재심을 통해 반드시 구제돼야한다”고 말했다.
강진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