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변론 최승호 PD "본 모습 아닌 MBC에 괴로웠다"

해고무효항소심 4월1일 선고

사측 “정치·불법파업” 주장
노측 “공정방송 위한 파업”

 

#장면1. 2011년 3월3일. 윤길용 MBC 시사교양국장이 일선 PD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최승호 PD 등 ‘PD수첩’ PD 6명 교체 등 유례없는 일괄 인사 조처에 납득할 수 없었던 시사교양 PD들이 요구한 간담회였다. 윤 국장은 “원칙적으로 1년 기준 인사”라며 “이제 최승호씨를 자유롭게 해주자. 얼마나 피곤하겠나”라고 했다. 최 PD는 실소밖에 나오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열심히 만드는 것이 제게 주어진 소명이다. 이게 나의 운명이고 꿈이다. 그런데 동료들과 가꿔왔던 그 꿈을 대부분 동의하지 않는 생각으로 깨버렸다. 결국 배후가 누구인가. 단언컨대 PD수첩을 망치고 입을 닫게 만들기 위함이다.”(노측 동영상 ‘파워업 피디수첩’중)


#장면2. 2015년 1월16일. 서울고등법원 서관 305호 법정.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 등 44명이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소송 항소심 최후변론에서 최승호 PD가 원고석에 섰다. 법정에 울려 퍼지는 낮은 목소리, 한 글자 한 글자에 힘이 실렸다. “MBC는 진보보수 어느 정권이든 공정방송을 추구하며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했다. 2012년 파업에 국장, 본부장을 역임한 선배들과 현직 부장이 참여한 것도 본모습이 아닌 MBC를 괴로워했기 때문이다. 현 경영진과 간부들은 단 한명이라도 진보정권시절 정권편향적인 방송이라고 항의한 적이 있는가. 공정하고 독립적인 MBC를 있게 한 것은 MBC노조였다. 구성원 한명 한명의 아픈 마음이 모여진 것이 2012년 파업의 진실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정영하(오른쪽 세번째) 전 위원장 등 MBC 해직자 6명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해고무효확인소송 항소심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항소심 재판부는 MBC 해고무효확인소송 항소심 선고를 4월1일에 한다고 밝혔다. 2012년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정영하 전 위원장, 강지웅 전 사무처장, 이용마 전 홍보국장, 박성제 기자, 박성호 기자, 최승호 PD 등 6명에 대한 해고와 파업의 정당성 여부를 가릴 판결에 언론계 안팎이 주목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는 MBC 파업 노조원들에 대한 해고·징계가 모두 무효라고 판결했다.


MBC노사 양측 변호사들은 16일 항소심 재판정에서 파업의 목적과 방법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동영상 증거자료 검증 후 최후변론이 이어졌다. 사측은 2012년 MBC 노조 파업을 불법파업이자 정치파업이라고 주장했고, 노조 측은 공정방송과 제작 자율성을 위한 파업이라고 강조했다.

사측 장상균 변호사는 “파업의 목적은 공정보도가 아닌 사장 퇴진”이라며 “진보정치세력과 연대한 정치파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방송법 상 방송의 공정성은 쟁의행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공정방송의 주체는 노조가 아닌 방송사업자”라고 밝혔다.

 

장 변호사는 “노조는 회사를 점거, 피켓시위 등 적극적으로 업무를 방해했고 장송곡, 소금뿌리기 등 모욕과 저주, 조롱의 삼박자로 심리적 타격을 주는 교묘한 파업을 했다”며 “종전의 파업으로 MBC는 경쟁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불법 파업을 주도한 책임을 묻고 노영방송의 그림자를 지워야한다”고 말했다.

노조 측 신인수 변호사는 “공정방송과 제작 자율성은 언론인의 최우선 근로조건”이라며 “헌법과 언론법에 명시된 언론자유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시 뉴스데스크에는 뉴스가 없었고, PD수첩에는 보도지침이 부활했다. 아이템 통제로 우울증과 난독증까지 앓는 PD가 있을 정도였다”며 “노조는 공정방송협의회 개최와 개선책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이를 고의적으로 방기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그동안 노사는 단체협약을 통해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한 쌍두마차 역할을 했지만 사측이 일방적으로 노조를 제외했다”며 “그럼에도 노조는 방송 송출 중단이나 출입 저지 없이 평화로운 파업을 했고 업무방해혐의 1심도 무죄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MBC는 법원 결정을 끊임없이 무시했고 방송을 사유화하고 있다”며 “이진숙 보도본부장과 해직된 최 PD는 입사 동기다. 지금 MBC는 두 방송인 중 어느 길을 갈 것인지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있다”고 밝혔다.

법정을 나서며 박성호 MBC 해직기자는 “회사는 정치파업이라고 하지만 방송사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제 몸 아끼지 않고 싸웠던 것은 종사자들”이라며 “방송사 존립기반을 위해 싸웠던 것을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고 공격하는 자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 우리가 왜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재판부가 헤아려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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