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지금 ‘침묵’을 가르치고 있어요.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죠. 수뇌부에 반론을 제기하면 해사행위로 몰아세워 ‘징계’라는 체를 통해 걸러내요. 체에서 빠져나온 알갱이들은 결과를 알기에 입조차 떼지 못하죠.(MBC의 A사원)”
MBC의 시간이 2012년에 멈춰있다. 2012년 이후 해고 및 정직만 58명. 명령휴직·대기발령·교육발령·부당전보 등을 합하면 150여명이 넘는다. 징계의 흑역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새해부터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와 백모 기자에게 정직을 징계한 것은 물론 지난해에는 정직만 7차례에 달한다.
“한마디로 낙인이죠. ‘정황’만 갖고 민실위 간사를 징계한 것은 정말 터무니없었죠.” 김재철 사장 당시 징계를 받았던 B사원은 “경영진 입맛에 따라 상벌을 남발해 구성원들을 위축시키고 줄세우기를 강요하고 있다”며 “조직이 왜곡되고 있다”고 했다.
징계의 단골 사유는 전방위로 진화하고 있다. 외부 언론사와의 인터뷰, 사내게시판뿐만 아니라 사적공간인 카카오톡 대화방,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글까지 징계 대상이 되고 있다. 기자, PD들은 “인터뷰로 수많은 프로그램을 보도, 제작하는 방송사의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4월 정직 1개월을 받은 지 16일 만에 정직 4개월을 받은 조능희 PD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5월 유가족 폄훼 논란이 된 리포트를 방송 전 회사 동기 카톡방에 공유한 기자는 정직 1개월, 세월호 보도 관련 반성과 사죄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예능국 PD는 정직 6개월을 받았다.
특히 해고 전 단계인 정직은 직무 정지와 동시에 월급이 끊긴다. 정직 후 돌아오는 인사상 불이익도 크다. 징계 후 원직이 아닌 타 부서로 전보되는 ‘공식’도 나타나고 있다. 향후 진급이나 호봉, 특파원 등 경력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 차후 인사평가에서는 최하등급 R이 자동으로 주어져 그로 인해 3R이 된다면 또다시 정직 1개월을 받는 ‘이중징계’ 위험이 있다.
A사원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되는 것도 불명예스럽지만 당하는 이도, 지켜보는 이도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인사권을 이용해 회사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건전한 비판과 토론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C사원도 “정치적 견해나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회사를 위해 일할 능력과 실력을 갖춘 이들을 배제하고 징계하고 있다”며 “경영진이 정말 회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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