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변론 최승호 PD "본 모습 아닌 MBC에 괴로웠다"

MBC 해고무효확인소송 항소심 4월 1일 선고

16일 오후 5시 서울고등법원 서관 305호 법정.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해고된 정영하ㆍ강지웅ㆍ이용마ㆍ박성제ㆍ박성호ㆍ최승호 MBC 해직 언론인 6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 등 44명의 MBC 구성원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 등 징계무효확인소송 항소심 최후 변론. 과거 PD수첩에서 울려 퍼졌던 최승호 PD의 묵직한 목소리가 법정을 가득 채웠다. “MBC는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공정한 방송을 하며 늘 시시비비를 말하고자 했습니다. 본 모습이 아닌 MBC를 괴로워한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아픈 마음이 모여진 것이 2012년 170일 파업입니다.”

 

최승호 PD는 이날 참석한 6명의 해직자를 대표한 최후변론에서 “피고(MBC)측이 2012년 노조 파업을 정치파업이라고 하는데 당시 가장 특징적인 것은 40대 후반~50대가 상당수 참여했다는 것”이라며 “오래전에 노조를 탈퇴했고 국장, 본부장을 역임한 선배들, 심지어 현직 부장까지 내려와 파업에 함께 참여했다. 제 모습이 아닌 MBC에 괴로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PD는 “1988년 청와대에서 내려와 방송을 짓밟았던 황선필 전 사장 당시 노조는 공정방송을 되찾기 위해 ‘황선필 퇴진’을 외쳤다. 그것이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라며 2012년 MBC 구성원들이 공정방송을 위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외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2005년 PD수첩이 전대미문의 황우석 사태를 방송했을 때 노조가 강력히 버텨주지 않았으면 방송할 수 없었다”며 “해고된 이후 저를 해고했던 간부에게 물었다. 과연 진보 정권 시절에 MBC가 정권편향적인 방송을 한다고 항의를 한 적이 있었는지. 현재 경영진과 간부 중에 단 한명이라도 문제 제기를 한 사람이 있었는가”라고 반문했다. 최 PD는 “그때도 회사에 항의한 것은 MBC 노조”라며 “단체협약에 명시된 공정방송협의회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고, MBC가 공정하고 독립적인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MBC 노조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17일 해고 등의 징계가 무효라는 법원 판결 직후 여의도 MBC 남문 앞에서 열린 자축의 자리에서 MBC 해직자들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승호 해직PD, 박성호 해직기자, 강지웅 전 MBC노조 사무처장, 정영하 전 MBC노조 위원장, 이용마 전 MBC노조 홍보국장. 이날 박성제 기자는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항소심은 4월1일 선고된다.

 

이날 MBC와 노조 양측 변호인은 2012년 MBC 파업의 정당성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항소를 제기한 사측 변호인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파업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사측 변호인은 “당시 파업의 목적은 방송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닌 김재철 사장 퇴진에 있었다”며 “진보정치세력과 연대한 정치파업”이라고 주장했다. 파업 이후 시청률이 꼴찌로 추락했고 600억 이상의 광고손실과 이미지가 실추됐다며 후유증으로 지금까지 경쟁력을 되찾지 못한 것을 노조 책임으로 돌렸다.

 

또 공정방송의 주체는 회사라고 주장했다. 사측 변호인은 “방송법상 공정방송의 주체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가 아니라 명백하게 방송사업자”라며 “노사 공정방송협의회는 의무적 개최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피켓시위와 확성기 등을 통해 업무방해를 했고 장송곡, 소금뿌리기 등 모욕과 저주, 조롱의 삼박자로 사람에게 심리적 타격을 주는 교묘한 방법으로 파업을 했다”며 “불법파업을 주도한 책임을 묻고 MBC에 노영방송의 그림자를 지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서울남부지법은 방송법상 공정성과 객관성의 의무를 지는 방송 등 언론매체에서는 공정성 보장 요구가 근로관계에 기초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며 부당 해고 및 징계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당시 MBC노조 파업은 공정방송이라는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한 것이라며 파업의 목적이 정당하다면서 “징계재량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노조 측 신인수 변호사는 “공정방송과 제작 자율성은 언론인들의 최우선 근로조건이다. 헌법과 언론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를 위해 170일간 파업을 한 것”이라며 “회사는 당시 기간이 만료된 단체협약 체결을 지금까지도 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노사는 단협을 통해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한 쌍두마차 역할을 해왔음에도 회사는 일방적으로 노조를 제외시키려 하고 있다. 이는 단협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MBC구성원들이 2012년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설명했다. 당시 논란이 됐던 MBC의 보도 공정성을 논하기 위해 김재철 사장에게 공정방송협의회를 요청했지만 사측은 묵묵부답이었다는 것. 신 변호사는 “당시 김 사장이 공방협을 열고 개선책을 보여줬다면 파업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측은 고의적으로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6개월여간 MBC 구성원들은 월급을 단 한 푼도 받지 않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처절하게 파업했다”며 “당시 MBC 뉴스에는 뉴스가 없었고, PD수첩에는 보도지침이 부활했다. 아이템 통제로 인해 우울증과 난독증까지 앓는 PD도 발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조가 어떻게 파업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MBC는 그동안 법원의 결정을 끊임없이 무시했다”며 “이우환, 한학수 PD 등 100여명에 대한 3차례 전보발령 부당 가처분 명령을 어기고 또다시 기자, PD들을 비제작부서로 쫓아냈다. 해직자들의 근로자지위를 보전하라는 가처분명령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대표적으로 PD수첩에 있었던 이우환 PD는 현재 상암 MBC 앞 스케이트장 관리원으로 있다”며 “구성원들에 본보기로 말을 듣지 않으면 이처럼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최근 논란이 됐던 이진숙 보도본부장의 MBC ‘압구정 백야’ 드라마 출연을 언급하며 “이 같이 뜬금없는 출연이 가능한 것은 방송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이진숙 보도본부장과 해직된 최승호 PD는 (1986년) 입사 동기다. 지금 MBC는 이 본부장과 최 PD 어느 방송인의 길로 갈 것인지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있다”고 호소했다.

 

사건을 담당한 고법 제2민사부 재판부는 “해당 재판의 의미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절차적 공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해 공정하게 진행하고자 했고 쌍방이 원하는 증거를 최대한 받아들였다.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 해고무효확인소송 항소심 선고는 오는 4월 1일 오후 2시에 선고될 예정이다.

강진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