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집단사살 중계만 할 일인가

'또 다른 테러' 사실전달 뿐…비판 사설·칼럼 없어

'외국계 탈레반 포로 무차별 사살/미·북부동맹에 비난여론’, ‘미, 포로 집단사살 국제적 파문’….

지난달 25일 아프가니스탄 북구 마자르 이샤리프 부근의 한 수용소에서 발생한 외국계 탈레반 포로 몰살 사건을 다룬 27일자 국내 일간지들의 기사 제목이다. 국내 언론들은 이번 탈레반 포로 집단사살 사건을 ‘참극’, ‘파문’ 등의 표현을 쓰면서 국제면에 비중있게 보도했다. 언론은 또 북부동맹이 공개한 사건 현장의 참상을 전한 외신들을 인용하는가 하면, 이 집단사살 사건에 제기되는 의혹 및 국제사면위원회의 긴급조사 촉구 사실 등을 후속 보도했다.

하지만 언론의 관심은 외신을 인용, 사실 보도하는 수준을 넘지 못했다.

국제면에 미군의 외국계 탈레반 포로 사살 사건이 도덕적으로나 전쟁포로의 인권 보호 측면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관련 기사에서 한 단락 언급하는 데 그칠 뿐이다. 이는 미군의 주요 작전상황을 수시로 1면에 올리고 관련 기사를 국제면에 배치하는 태도와도 비교된다.

이번 탈레반 포로 사살사건은 아프간 공격의 참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그리고 미군의 비인도적 행위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언론 나름의 비판적 조명이 필요한 사안이었다고 볼 수 있다. 왜 미군과 북부동맹이 이런 참상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또 미군의 무차별 사살행위를 우리 국민들은 어떤 관점에서 봐야하는지 등을 주제로 논평 또는 칼럼을 고려해 봄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공격 초기 ‘테러와의 전쟁’을 화두로 공격자인 미국쪽 시각을 가진 외부 필진을 동원, 앞다투듯 칼럼 등을 게재했던 대부분 언론은 조용하다. 외국계 탈레반 포로 사살사건이 처음 기사화된 27일 이후부터 12월 1일자 초판 신문에 이르기까지 관련 논평은 한국일보 사설 1건과 한겨레의 기자칼럼 2편이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대 테러전쟁에 정당성을 부여하더라도, 인류가 힘겹게 정립해 온 문명과 야만의 경계선을 짓밟는 행위까지 용인할 수는 없다. 포로학살 등 문명사회의 규범에 반하는 전쟁행위는 테러와 마찬가지로 규탄해야 마땅하다. 이를 외면하는 어떤 논리도 참담한 위선에 불과하다”는 한국일보 사설의 주장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한겨레 국제부 박중언 기자가 28일자 기명칼럼에서 “몇백명의 죽음이 정당했는지는 제쳐놓은 채 몰살 현장에서 미군 1명이 숨졌는지를 취재하는 데열을 올린” 서방언론의 편향성을 지적한 대목이 우리 언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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