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된 두 가지 이슈를 빗댄 이야기다. 바로 복합할부금융과 단통법. 내막을 설명하자니 하도 복잡해서 비슷한 상황을 우화로 연출해 보았다.
단통법 논란은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가 보조금 지원액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한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면서 소비자만 ‘호구’가 된 일이다. 금융권에서 논란이 된 복합할부금융은 자동차 회사와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를 놓고 맞붙었는데 금융감독 당국이 수수료 가이드라인을 들이대며 막아서는 바람에 차량 구매자들만 피해볼 뻔했던 사례다.
차를 사는 방법을 단순화시켜 보면 세 가지가 있다. 자동차회사에 현금주고 사는 방법, 캐피탈사가 차값을 대신 내주고 소비자는 캐피탈사에 매달 할부금을 내는 방법, 그리고 세 번째는 우선 카드로 긁고 다음 달에 카드사에 대금을 결제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두번째와 세번째 방법이 교묘하게 얽힌 방법이 바로 복합할부금융이다. 소비자가 차값을 카드로 긁으면 캐피탈사가 카드대금을 대신 내주고 매달 할부금을 받는 것이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차 구매자가 할부를 원하면 바로 캐피탈사와 거래하면 되는데 왜 굳이 카드사를 사이에 끼웠느냐는 것이다. 카드사가 제공하는 포인트 적립, 캐피탈사의 할부금리 할인 등을 핑계로 대고 있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현대캐피탈처럼 자동차 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지 않은 캐피탈사들이 우리도 대손이 적고 수익률 높은 자동차 할부를 하고 싶다는 욕심을 들 수 있다. 또 자동차 회사에 차값을 내고 캐피탈사로부터 원금을 받는 하루이틀 사이에 1% 후반대의 가맹점 수수료를 챙기는 카드사의 꼼수가 작용했다. 카드사에 수수료 낼 돈으로 고객에게 차값을 깎아줄 생각은 못했던 자동차 회사의 어리석음도 꼽을 수 있겠다.
여기에다 특정 캐피탈사가 자동차 할부금융을 독식하는 꼴을 못보겠다는 감독 당국의 규제, 시장원리를 무시한 채 가맹점 수수료 가이드라인을 들이댄 금융 당국의 규제가 작동했다. 물론 규제의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정 캐피탈사가 할부금융을 독식함으로써 여타 캐피탈사가 타격을 받는 문제점이 있을 것이다. 가맹점 수수료 가이드라인은 골목상권의 영세 가맹점에게 높은 수수료를 받는 관행을 혁파하기 위해서 나왔다. 하지만 어느 대목에서도 소비자의 이익을 고민한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다. 진짜 중요한 것은 자동차 회사와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서로 더 갖겠다고 싸우는 그 돈이 바로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사실인데도 말이다.
다행히 현대차와 KB국민카드가 가맹점 수수료를 1.5%로 조정하는 선에서 합의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애초부터 불합리했던 상품의 성격과 비정상적인 수수료 구조가 유지되는 한 언제든지 다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소비자의 이익은 뒷전에 둔 채 내 이익만 챙기려는 기업 간의 싸움에 정부가 무리하게 끼어들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 사례가 또 생길까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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