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2년 이른바 ‘신경민 막말 보도 파문’과 관련해 MBC와 2년 가까이 벌인 소송에서 승소했다. 1·2심을 거쳐 대법원은 지난 15일 MBC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하고 정정보도와 함께 신 의원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MBC는 2012년 10월16일부터 22일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뉴스데스크, 뉴스투데이 등을 통해 “신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MBC 간부들에게 막말을 했고 특정 지역과 지방대학 출신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신 의원은 “(MBC 보도는) ‘진실한 사실을 보도한 것이라 할 수 없고, 언론기관 지위를 이용해 사익적 목적 내지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서울고법의 판결문대로 철저하게 사익에 기초한 보도였다”며 “당시 김재철 체제와 싸우고 있던 나를 보복한 것이다. MBC는 권력 비판은 엄두를 못 내고, 권력의 스피커 역할하는 데 급급하다”고 말했다. 신 의원을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326호에서 만났다.
-2년 가까이 MBC와 벌인 소송에서 승소한 소감은?
“이렇게까지 올 사안이 아니었다. 문방위 국감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진행되지 못하던 중 동료 의원들끼리 삼삼오오 둘러앉아 사담을 나눴다. 그런데 ‘막말을 쏟아냈다. 출신지역과 지방대학 출신임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뉴스데스크에 보도하고 그것도 모자라 며칠 연속으로 속보를 냈다. 특히 팩트에 근거하지 않고 전후좌우 맥락이 맞지 않는 보도를 하면서 재판 과정에서 ‘뉴스 가치가 있다’고 강변했다. 내가 승소했으니 얼마나 복수를 하려고 달려들까.”
-MBC ‘신경민 막말 파문 보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보도 중에서 ‘비하하는 듯한’이라는 표현은 조작적 허위다. 사실을 직시하지 않고 ‘~듯하다’는 표현을 써서 사실인 것처럼 오도하고 도피처로 삼으려고 했다. ‘파장이 일고 있다’고도 했는데, 파장이 일지도 않았고 기자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에 불과하다. 관행이라며 이런 표현들을 쓰는데 명백한 날조다. 허위와 조작의 저널리즘은 안 된다.”
MBC 뉴스데크는 2012년 10월16일 ‘“MBC구성원들은…”신경민 의원, 지역감정 조장 발언’리포트에서 “오늘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는 민주통합당 신경민 의원이 특정 방송사 간부들에 대해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출신지역과 지방대학 출신임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도 했습니다”고 보도했다. 10월20일 뉴스투데이 리포트(‘방송사 구성원 막말’ 신경민 “오보”…비난 파장)에서도 “특정 방송사 구성원들을 겨냥한 막말을 쏟아냈던 민주통합당 신경민 의원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허위보도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지역주의와 학벌주의를 드러냈다는 비난이 이는 등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고 보도했다.
-MBC가 정정보도를 했는데.
“인터넷은 차치하더라도 나흘간 6차례에 걸쳐 막말이라고 보도해놓고 정정보도는 단 28초에 불과했다. 순서도 뉴스데스크의 경우 ‘설훈 의원이 노인폄하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는 보도 다음에 배치했다. 교묘한 편집을 통해 정정보도의 원래 취지를 희석시킨 것이다. 언론에 의한 명예훼손은 그 피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가지 않나. 보도 횟수와 분량만큼이나 정정보도도 똑같이 해야 한다. 손해배상액도 늘려야 한다. 그래야 예방적 효과가 있다.”
MBC는 지난 20일 뉴스데스크 9번째 리포트와 21일 뉴스투데이 7번째 리포트를 통해 ‘신경민 의원 ‘지역감정, 학벌주의 조장 발언’ 관련 정정보도’를 내보냈다.
-MBC 뉴스는 시청하나?
“안 본다. 가치 있는 뉴스를 거의 하지 않는다. MBC 뉴스가 아니더라도 대체재가 있기 때문에 볼 필요성은 거의 못느낀다. 보도하는 기자들 중 아는 기자가 거의 없다. 보도국 주류가 시용기자 출신들로 다 바뀌었다.”
-이성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이 지난 5월 MBC의 세월호 보도를 반성하며 무릎을 꿇고 사죄의 눈물을 흘렸다.
“MBC가 MBC다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구성원들의 노력이었다. 1988년 방문진 체제가 들어섰지만 MBC는 정권과 연관성을 버릴 수 없었다. 그럼에도 MBC다움을 유지했던 것은 노조의 비판과 견제 등 구성원들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게 오늘날의 성과가 됐는데, 이명박 정부 이후 기구 개편, 인사, 노조 말살을 통해 MBC다움이 사라졌다. 좋은 방송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정권이 방향을 잘못 잡으면 언론이 망가지고 나라가 망가진다.”
-교양제작국 해체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크다.
“MBC 체질 변경의 일환이다. 예상했던 불행한 사태다. 거의 숨을 끊어 놓겠다는 뜻이다. 보도국도 물갈이하지 않았나. 악랄한 방법을 동원해 보도국 정상화 가능성을 차단시켰다. 예전의 MBC 보도국은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교양제작국 해체는) 지금 체제가 체질 개조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걸 보여준다. 터널의 끝이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답답하다(한숨).”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엄혹했던 80년대, 절망과 좌절의 시간이었다. 당시 기자들은 이 시대가 언제 끝날까를 생각하면서 거의 매일 통음을 했다. 다만 한 가지 놓치지 않은 것이 있다면 희망이었다. 지금은 제대로 못하지만 언젠가 권력 비판과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는 믿음이었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의 연속이다. 언젠가 MBC가 언론 본령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심지를 굳게 하고, 실력을 갖추면서 그런 날을 준비해야 한다. 어디선가 숨죽이고 있을 훌륭한 후배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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