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검열 파문이 억울하다는 검찰

[스페셜리스트 | 법조] 남상욱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

▲남상욱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

검찰이 ‘사이버 검열’ 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방안’을 발표한 것이 지난달 18일.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논란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의 뇌리에 이미 사이버 검열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깊숙이 새겨진데다 ‘할 말도 제대로 못하게 한다’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서도 논란은 쉽게 진화될 것 같지 않다.


검찰은 무척이나 억울해 하고 있다. 논란 이후 여러 번에 걸쳐 진화를 위한 노력을 해 왔지만 결국 “카카오톡과 같은 곳은 실시간으로 감시할 생각이 없었고 그럴 능력도 없다”는 설명이 반복되고 있다. 카카오톡의 감청 영장 집행 논란에 대해서도 검찰은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죄가 원래 감청 영장청구의 대상 범죄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 마디로 오해라는 것인데, 17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외국의 메신저로 옮기는 사이버 망명에 ‘건실한 국내 업체를 죽이는 데 검찰이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에도 “우린 억울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게다가 검찰은 이번 파문을 초래한 책임을 “카톡 대화 압색 당했다”고 공개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한테 떠넘기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런 검찰의 하소연은 전혀 낯설지가 않다. 몇 년 전으로 시계추를 돌려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을 불러온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수사 당시에도 검찰은 “국세청 고발이 들어온 사건이라 어쩔 수 없었던 수사”라는 말을 했었다. 몇 년 후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수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무리한 수사라는 평이 우세했던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5만 달러 의혹의 1심 선고 하루 전날, 검찰은 한신건영 전 대표였던 한만호 씨의 9억원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 시작했다. 이를 두고 특정 정치인에 대한 의도된 수사라는 지적이 일었지만 검찰은 “제보가 들어왔으니 하는 것”이라며 억울해 했다. 수사 착수의 시점, 수사의 의도 모두 공정한 수사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다 생긴 오해일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번 사이버 검열 논란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이버 상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었다”고 하자 이틀 만에 대책 회의를 열고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해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검찰은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호위무사처럼 발 빠르게 움직인 검찰이라는 지적에는 역시나 ‘오해’라고 항변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식사 자리에서 만난 검찰 간부는 “검찰은 과거를 잘 돌아보지 않는 조직 같다”고 털어놨다. 어느 조직이든 과거의 실패를 분석하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데 검찰은 경주마처럼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고백이었다. 


이번 논란에 황교안 법무장관은 직접 “표현에 오해가 생긴 데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고, 검찰도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압수수색 시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만 자료를 확보하겠다”고 후속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논란이 검찰의 반면교사가 과연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마도 황 장관의 말처럼 ‘표현의 오해가 불러 일으킨’ 한 순간의 해프닝으로 기억되는 것은 아닐지. 


첨언하자면 처음 검찰의 대응방안이 나왔을 때 집중 조명이 됐던 ‘실시간 모니터링’ 같은 말을, 언론이 상시적인 인터넷 사찰로 받아들이고 논란을 확산시켰다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 카카오톡 사찰 논란도 언론의 침소봉대였다는 비판이 물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당연히 법조 출입기자로서 반성하고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지난 한 달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사이버 검열 논란을 두고, 검찰과 출입기자가 함께 반성하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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