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간첩있나'색깔공세 흥분하더니…

"피바다 보도는 편집 실수"판결엔 조용

서울 행정법원이 4월 언론계를 색깔논쟁으로 들끓게 했던 이른바 국방일보 ‘피바다’ 보도 파문에 대해 “단순한 편집과정상의 실수”라는 판결을 내렸다.

문제의 ‘피바다’ 기사 부제목인 ‘주체사상 구현 완벽한 명작’의 앞뒤에 인용부호인 따옴표를 붙이지 않은 데 따른 ‘실수’라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그래서 “사회적 물의가 야기됐다는 이유만으로 채용계약해지가 유효한 것은 아니다”라며 당시 파문으로 해임됐던 김종구 전 국방홍보원장의 해고무효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국방부가 항소할 의사임을 밝히고 있어 소송의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행정법원이 1심 판결에서 문제의 기사가 “단순 실수”라고 밝힌 것은 당시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가 무분별한 색깔공세였다고 판단할 잣대가 되기에 충분하다.

당시 일부 언론은 야당의원의 색깔 공세를 검증하거나 상반된 주장에 대해 객관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야당의 공세 가운데서도 “국방일보에 간첩 있나”(조선 4월 24일자) 등 자극적인 내용만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또 ‘정신나간 국방일보’(동아 4월 20일자), ‘국방일보인가 ‘로동신문’인가’(문화 4월 19일자) 등의 사설을 통해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국방일보쪽의 “연합뉴스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 편집상 실수”라는 해명도 “무책임”(동아 4월 20일자)하며 “더 가소롭다”(조선 4월 20일자)고 일축했다.

김 전 국방홍보원장의 해고무효소송도 결국은 이런 언론과 야당의 색깔공세에 직면한 국방부가 고육책으로 김 전 원장과 국방일보 기자 2명을 면직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사설 등을 통해 색깔공세에 들끓던 일부 언론은 정작 법원이 문제의 ‘피바다’ 기사에 대해 “단순 편집과정상 실수”라고 판결한 것에 대해선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사설까지 동원해 ‘피바다’ 파문을 강하게 비판했던 언론 가운데 조선과 문화는 17일 행정법원의 판결 내용을 짤막하게 1단으로 보도했다. 색깔공세를 펼 때의 지면과는 너무나 대조를 이뤘다. 이런 태도에 대해 한 신문사 기자는 “일방적인 색깔공세에 대한 반성은 고사하고 자신들의 보도태도가 잘못된 것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의 통일부 출입 기자는 지난 18일자 기자수첩에서 당시 들끓던 언론 보도와 이번 판결을 빗대어 ‘태산명동서일필‘이라면서“이처럼 우습고도 슬픈 일이 도대체 몇 번이나 더 반복돼야할 것인가”라며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편, 이번 행정법원의 판결로 계약해지무효소송 1심에서 이긴 김종구 전 국방홍보원장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종구 전 원장은 이번 판결과 관련, “당시 파문은 언론과 정치권의 색깔공세 외에 아무 것도 아니었다”며 “국방부도 본인도 공동의 피해자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고통이 너무 많았지만 가급적이면 원만히 해결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방부 공보실 관계자는 “항소한다는 방침이외에 다른 공식 입장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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