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가정폭력이 살해 불렀다"

시사저널, 어머니 살해 여고생 '다른 시각' 눈길

단순 패륜아인가, 가정폭력의 희생자인가.



11일 언론들이 “과외비를 안준다고 어머니를 살해했다”며 ‘패륜’으로 보도한 ‘여고 자퇴생 존속(어머니) 살인사건’을 주변 인물들에 대한 탐문 취재로 가정폭력에서 그 원인을 찾은 주간지 보도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시사저널은 최근호(11월 22일자)에 ‘엄마 살해 부른 아버지의 폭력’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피의자인 이모양(19)의 가족과 동료 수험생 등을 방문 취재, 이양의 성장과정과 가정환경, 그리고 그렇게 과외에 집착했던 이유 등을 밝히면서 이양이 왜 어머니를 살해하기에 이르렀는가를 차분히 추적해 들어갔다.

이는 대부분 언론이 경찰 발표에 근거,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이양이 고액 과외비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머니와 말다툼 끝에 살해했다는 결과론에 초첨을 맞춘 것과 사뭇 대조를 이룬 보도태도였다. 시사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이양은 부유하긴 했으나 술취한 아버지의 폭력이 수년간 지속돼 온 가정에서 벗어나는 길은 인천 집을 떠나 서울소재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양은 학원 과외를 시작했으나, 고액 학원비를 요구하는 학원 부원장 이모씨를 못미더워한 부모님의 과외중단 결정에 절망감을 느껴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기사에서 “정은이(피의자 가명)로서는 아버지의 (과외중단)선언이 날벼락이었다. 그녀에게 인생의 모든 꿈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정은이에게 학원 포기는 집에서 지내는 것이고,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어머니와 같은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미였다. (중략)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정은이는 존속 살해를 저지른 것이다”고 보도했다.

시사저널은 또한 기사에서 함께 과외를 받던 동료 수험생들의 증언을 통해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과외를 받은 동안 합숙은 하지 않았으며 이양과 학원 부원장 이씨 사이 역시 부적절한 관계는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또 부원장 이씨는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고 학원비를 관리했다는 것이다.

기사를 작성한 시사저널의 고제규 기자는 “단순히 과외비를 주지 않았다고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경찰 발표와 언론보도를 납득할 수 없어 취재에 임하게 됐다”며 “피의자 이양 가족들 등 주변 인물들을 탐문 취재하는 과정에서 상반된 사실들이 드러나 기사화하게 됐으며 다음주에도 후속 기사를 내보낼 것”이라고말했다. 김동원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