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통단' 재연…신중 접근 아쉬워

미 여객기 추락보도 경향·동아 등 "일단 키우고 보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테러가 아닌 단순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12일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아메리칸항공 소속 여객기 추락 사고를 다룬 일부 조간들의 1면 편집을 놓고 한 신문사 편집기자가 한 얘기다.

13일자 조간들은 해당 기사를 모두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지만 제목 크기에선 약간씩 차이를 보였다.

경향, 대한매일, 동아, 세계 등은 ‘뉴욕서 여객기 또 추락’ 등의 제목을 통단으로 뽑은 데 비해 그밖의 신문들은 4단(한겨레)에서부터 6단(조선) 크기의 제목을 뽑았다.

제목 크기에서 차이를 보인 데는 이번 여객기 추락 사고의 테러 가능성을 어떤 수준에서 판단했는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제목을 통단으로 편집한 신문들의 경우 테러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는 태도를 취했다. 세계일보의 경우 연방수사국(FBI) 발표를 인용, “기내 폭발물 테러 가능성”이란 부제목을 달았으며 대한매일과 동아 역시 “테러 가능성 배제 안해” 등을 부제목으로 뽑았다. 경향은 “테러 징후 없으나 배제 못해”라며 좀 더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이에 비해 6단 제목으로 해당 기사를 다룬 조선은 ‘백악관 “테러 징후 없었다”’를, 중앙은 5단 크기의 기사에서 ‘FBI “기내 폭발 추정” 테러여부는 안 밝혀져’ 등을 각각 부제목으로 달아 테러 가능성과는 일정한 거리를 뒀다.

이번 비행기 추락 사고는 아프가니스탄 공격 이후 빈 라덴이 보복을 공언한 가운데 공교롭게도 9·11 테러가 있은 지 두달 만에 발생했고 또 뉴욕 현지에선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었다는 주변 정황을 볼 때 1면 머릿기사로 취급하기 충분했다고 볼 수 있다. 여객기 추락 사고가 이들 조간의 시내판 마감이 임박한 밤 11시 20분께 발생했다는 현실적인 제약조건도 있었다.

하지만 테러일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번 9·11테러나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 때와 같이 머릿기사 제목을 통단으로 편집하는 것은 좀 지나친 것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신문사 편집기자는 “9·11 테러사건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때 국내 언론이 미국 언론 보다 더 흥분했다는 비판이 이미 나온 점을 감안해서라도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14일 추가 테러가 아닌 난기류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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