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윤리정립 전기 마련해야'
'땅 투기 의혹' 의견조사···'국장급 이상 자율적 재산공개' 요구도
동아일보 이현락 주필의 '땅투기 의혹'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미디어오늘과 한겨레신문의 보도이후 동아일보는 이 주필과 회사에 대한 음해공작이라며 발원지로 추정하는 정권을 향해 17·18일 연이틀 공세를 취했다. 언론계는 양일간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를 사실상 정권을 향한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아일보는 17일 오후 오명 사장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논조에 변화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요지의 결정과 함께 정권을 대한 단호한 대응 조치를 강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긴박한 상황 전개에 대해 기자협회는 길진현 전 중앙일보 경제부 차장, 홍두표 KBS 전 사장, KBS 이강균 기자로 이어지는 일련의 언론인 비리 혐의와 이 주필 의혹 건에 대한 언론계 내부 의견을 18·19일 양일간 긴급 조사했다. 20여명의 언론사 현직 기자와 간부, 언론학자, 언론단체의 지적은 "사정바람과는 별개로 언론인 윤리의식 정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게 다수로 나타났다.
먼저 익명을 요구한 한겨레신문사 한 부장의 말이다. "우리가 몸담았던 언론계가 사장부터 주필, 부장, 차장에 이르기까지 이렇듯 총체적 문제를 드러낸 적이 없었다. 서글프고 답답한 언론계 현실이다. 언론인 사정설과 이번 동아일보 주필의 땅투기 의혹과는 구분해야 한다. 사정이 이뤄졌더라도 잘못한 게 있다면 마땅히 책임지고 처벌도 감내해야 한다. 93년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물의를 빚은 고위공직자들이 옷을 벗었던 사실을 보자. 그들이 책임을 진 이유는 그들의 잘못이 모두 불법행위가 아니었음에도 사회적 질타를 달게 받아들인 결과다. 언론인은 공무원 못지 않게 깨끗해야 한다. 사회적 질타를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주언 사무총장은 "언론사 국장급 이상 간부들의 자율적인 재산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법으로 규정할 수는 없으나 간부들이 앞장서 자율 결의, 언론인 윤리의식 강화에 앞장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모 조간신문사 편집국장은 "법률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의견도 있으나 내용을 보니 기자로서 재산이 많은 것 같다"면서 "매입한 땅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모르지만 땅값이 한창 오를 때인 80년대에 되팔아서 재산을 늘렸다는 점이 결국 의혹을 사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신문사 부장은 "정권이 바뀐 이후 경영책임을 지고물러난기업인들도 있었고 정계, 검찰을 비롯한 관료사회에도 사정바람이 불었다"며 "그간 비리척결 차원에서 언론은 예외로 인정된 게 사실"이라고 말하면서 자정노력을 역설했다.
중앙일보 경제부 손병수 차장은 "강령이나 헌장이 없어서 기자윤리가 지켜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라며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기획심의실 박동수 차장은 "더이상 언론도 성역일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기자로서 책임과 윤리의식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차장은 "언론인 스스로 자정노력을 발휘해 사정당국에 빌미를 제공하는 일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인지역 신문사 한 부장은 "언론인의 땅투기 등 비리 문제는 지방사에 국한된 게 아니다"며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계 장악 음모"로 보는 기자도 있었다.
KBS 홍성규 보도국장은 "확인 취재를 지시했다"고 말한 뒤 위법사실 유무에 따라 보도하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MBC 엄기영 보도국장은 "경제부 등에서 정보를 다루는 직책에 있을 때는 주식이나 땅 투기를 않아야 마땅하다"면서 "그러나 아직 정보 유용 여부가 불확실한 만큼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SBS 우원길 부국장도 "주요언론사 간부들이 공인의 범주에 들어가는가와 재산공개 문제는 앞으로 더 고민해야 할 것"라고 지적했다.
'언론계 장악음모'로 보는 기자도 있었다. 조선일보 한 기자는 "앞뒤 사정을 재가면서 보도했어야 한다"며 "(정권에서) 정보를 흘린다고 받아쓰는 것은 신중치 못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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