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했던 근로조건 큰 문제 없어
중앙일보가 15일 가판(시판) 폐지 한 달을 맞았다.
지면 차별화의 일환으로, 베끼기 관행과 외부의 로비를 배제한다는 취지로 시행된 중앙일보의 가판 폐지 방침이 실제 지면이나 제작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관심을 끈다.
외부의 평가는 아직 유보적이다. 지면과 관련해 타사 기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크게 달라진 게 있다고 느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1면에 대해 “차분해진 느낌이다”, “기사 가치 판단이 신중해진 것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신문사 기자는 “지면 차별화라면 기획을 떠올릴 수 있는데, 중앙이 이전부터 괜찮은 기획기사를 내보낸 점을 볼 때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문사 기자는 “한 달이란 기간 동안 큰 변화를 예상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내부에서도 이런 ‘평가 시기상조론’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기자는 “지난 한 달은 가판 폐지라는 발행방식 등 하드웨어의 변화를 정착시키는 시기였다”며 “이제 지면구성과 기사 기획 등 구성원들의 의식, 소프트웨어의 전환을 준비할 단계”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차별화 전략의 또 다른 축인 어젠다위원회에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의 어젠다위원회는 12월 중 분야별 의제를 확정, 내년 초부터 지면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제작환경에선 일정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자들의 근로여건 변화는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 “근무시간에 차이가 없다”는 답변이 절반 가까이 나왔다. 대신 부장급 이상 간부들이 회사에 남아 있는 시간이 늘었다. 한 부장급 간부는 “초판인 40판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자리를 뜨기가 좀 그렇다”고 말했다.
외부의 로비나 지나친 ‘관심’ 역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간부는 또 “가끔 청탁 차원에서 걸려오던 외부 전화가 없어져 속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완성된 신문이 아닌 대장을 놓고 교열이나 지면 평가를 해야하는 만큼 세심히 신경 쓰게 된다고도 했다.
이장규 편집국장은 “시험판 성격인 가판을 폐지한 뒤 고소나 항의 등 위험부담이 커졌으나 책임감을 갖고 기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어 지난 한달 동안 별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국장은 16일 저녁 노조와 면담을 갖고 가판폐지 이후 지면제작 문제와 관련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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