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증보험 삼성차 빚 공적자금 대지급
문화·한겨레만 기사화…대부분 보도 않거나 1단 처리
언론이 지난 3일 대우 및 워크아웃 기업들의 보증사채 4조6200억원을 투신권과 은행에 대지급키로 했다는 서울보증보험의 발표 내용을 다루는 태도가 각사 마다 사뭇 달라 그 배경에 관심을 모았다.
한겨레와 문화일보는 3일자 신문에 각각 ‘삼성차 빚 공자금으로 메워’, ‘삼성차 빚 6천억 혈세로 메운다’란 제목으로 보증사채 4조6200억원 가운데 삼성차 회사채 1조1756억원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들 신문은 “삼성그룹과 이건희 회장이 책임져야 할 삼성자동차 부채를 국민혈세인 공적자금으로 메우게 돼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신문들은 서울보증보험의 대지급 발표 내용을 짤막히 1단 기사로 취급하거나 아예 기사화하지 않았다.
물론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사채 대지급 결정의 핵심 내용이 삼성차 관련 부분만이라고 보긴 어렵다. 서울보증보험이 대지급하는 액수의 절반을 훨씬 넘는 3조1166억원이 대우계열사와 관련된 것이다. 또 이번 대지급 결정으로 지난 7월부터 지속돼 온 투신권과 서울보증의 마찰이 일단락됐고 더불어 투신권의 유동성이 확충되는 긍정적 효과도 거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차 처리문제 역시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의 채무이행 약속이었다는 점에서 언론의 관심사가 되기에 충분하다. 언론이 지난 99년 8월 당시 삼성과 채권은행간 협상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보도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같은달 25일 두달여 동안 끌어온 삼성과 채권단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자 도하 신문들은 이를 ‘삼성차 부채처리 합의’, ‘삼성차 부채 처리안 최종확정’ 등의 제목으로 경제면에 비중있게 취급했다. 삼성그룹과 이건희 회장이 2000년말까지 삼성생명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 등으로 삼성차 부채 2조4500억원을 전액 갚는다는 합의의 주요 내용도 소상히 전했다.
서울보증보험의 대지급 결정은 이런 삼성과 이건희 회장의 삼성차 관련 약속이 2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서울보증은 당시 합의 과정에서 삼성으로부터 1조3000억원을 받기로 했으나 삼성은 아직 5700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 신문사 경제부 기자는 이와 관련해 “재벌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하는 것도언론의 주요 역할”이라며 “삼성이 지난 99년 삼성차 채무협상 당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져왔다면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언론의 보도태도가 광고를 의식한 결과 아니냐는 일부 의혹의 눈길을 불식하기 위해서도 곱씹어볼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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