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내부 문화, 일제 강점기 수준으로 후퇴"

한국방송학회·방송기자연합회 주최 세월호 참사 보도 토론회



   
 
  ▲ ‘세월호 참사 보도의 문제와 정책적 대안’ 세미나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렸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약 2개월,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 각 분야가 지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많은 반성과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방송사는 이번 참사 보도를 통해 저널리즘의 통념을 벗어난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시켰다. 정확성과 불편부당성, 피해자 가족들의 인권이 우선적으로 고려됐어야 함에도 속보 경쟁이 가열되며 저널리즘의 원칙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12일 한국방송학회와 방송기자연합회 주최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보도의 문제와 정책적 대안’ 세미나에서는 올바른 재난보도 형식과 내용이 무엇인지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장이 마련됐다.


언론계·학계 전문가들은 먼저 세월호 참사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그 원인이 방송사의 고질적인 보도 행태에 있다고 말했다.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확실하게 검증을 해서 보도를 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우리 언론들은 받아쓰기 저널리즘 등 관습적인 자세를 갖고 있다”며 “KBS가 작년 한 해 동안 뉴스 옴부즈만 제도를 운영하며 가장 빈번하게 지적당한 것이 발표 저널리즘이었음에도 세월호 참사보도와 같은 고질적인 보도가 또 다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임영호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기자들이 오랫동안 사건을 취재하던 관행들, 별 생각 없이 해 왔던 관행들이 세월호 참사보도로 인해 부각됐다”면서 “나쁜 관행들을 고치려면 결국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힘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도 “언론은 정부나 집권 여당의 말을 받아쓰는 것이 객관적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받아쓰기 보도에서 벗어나 정책에 대한 감시보도를 늘리는 등 편향적인 언론 지형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데스크와 기자의 미숙함도 문제가 있지만 궁극적인 책임은 사장에게 있다”며 “방송사 사장이 사실상 보도를 좌지우지하며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정치권이 손을 떼고 독립적으로 공영방송 사장을 뽑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호 방송기자연합회 정책위원장은 “방송사 내부의 구조와 문화가 일제강점기 수준으로 후퇴했고 기사 방향에 대한 토론 문화도 실종됐다”면서 “예전에는 내부적으로 최소한의 민주적인 장치가 있었지만 요즘은 정치권력의 개입으로 인해 위에서 지시한 것에 반감을 가지면 보복을 당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을 임명하는 제도가 바뀌어야만 정부를 감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방송사가 내부적으로 민주적인 제도와 구조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난관리체계와 관련된 법과 제도를 정비해 효율적이고 정확한 재난보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재난방송을 위한 관련 재해, 재난, 방송관련 법적 규정과 제도가 여러 법에 혼재해 있고 인적 재난과 사회적 재난 분야의 재난 방송을 실시할 수 있는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게다가 재난방송을 통합해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및 통합관리를 담당할 콘트롤타워 역할 기관이 없고 각 부처에 분산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난방송의 목적 실현을 위한 국내의 여러 법령을 손질해 재난보도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학계와 언론계,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한국언론진흥재단과 같은 기관들이 재난방송 시스템의 정비와 운용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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