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보도 데스크 잘못 가장 컸다"

관훈클럽 세미나 세월호 참사 취재 기자 10명 토론



   
 
  ▲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관훈클럽 주관으로 '재난보도의 현주소와 과제-세월호 보도를 중심으로' 세미나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들이 21일 관훈클럽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무리한 취재로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고, 속보와 단독보도 경쟁에 급급했던 취재 관행을 반성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재난보도의 현주소와 과제-세월호 보도를 중심으로’ 세미나에는 진도 현장 취재기자와 데스크 등 세월호 보도에 참여한 기자 10명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강은지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는 “슬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는 공감했지만 데스크로부터 최대한 취재를 많이 하라는 압박이 있었다”며 “현장 기자들이 팩트를 찾아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무리하는 모습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기자들이 사고 당일 진도 실내체육관에 있는 생존 학생들에게 접근해 친구의 생존 여부를 묻고 휴대폰 영상 등을 요구했다”면서 “나 역시 아이가 생존자 명단에 없어 쓰러져 우는 어머님들 옆에서 최대한 많은 스케치를 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조현석 서울신문 사회부 차장은 “대형 참사다 보니 지면을 가상으로 짤 수밖에 없었다”며 “예를 들면 10개 면을 미리 짜놓고 현장 기자에게 지시를 하다 보니 현장 기자가 무리하게 지면을 채운 점이 없지 않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기자에게 너무나 큰 지면 압박을 줬다”면서 “지난 한 달간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데스크의 잘못이 가장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장 기자들의 연차가 낮은 점도 문제로 꼽혔다. 박기용 한겨레 사회부 기자는 “사회부 사건기자들이 연차가 낮은 것이 문제였다”면서 “연차가 낮은 기자들은 데스크의 지시가 취재원과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보다 더 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만원 매일경제 사회부 지방팀장도 “연차가 낮은 3~4년차 기자들이 데스크의 지시를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속보와 단독보도 경쟁도 무리한 취재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유상욱 JTBC 사회부 기자는 “속보와 단독보도를 내는 데 급급했다”면서 “가장 큰 아픔을 갖고 있었던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박소영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는 “목포한국병원에서 취재할 당시 응급실 입구에는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내원 명단이 있었고 여기에 환자들의 부상정도와 부상자들이 머무르는 병원 호실까지 적혀 있었다”며 “이 정보가 매시간 업데이트돼 기자들에게 제공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세월호 선원과 부상자들이 머무르는 호실로 들어가 취재를 했다”면서 “기자들의 경쟁적인 취재가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무리한 취재뿐만 아니라 언론의 자의적인 프레이밍 설정이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여란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는 “피해자 중심의 보도가 당연하고 상식적임에도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구조와 시신수습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이 다른 프레임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고 초기 유가족들이 진도 팽목항과 체육관에 방치돼 있는 상황에 대해 어느 언론도 지적하지 않았다”면서 “언론이 갖고 있는 취재역량을 동원해 피해자들이 정말로 필요한 정보를 전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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