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은 대통령 모시는 원칙이 있었다"

김시곤 전 국장 기자총회 주요 발언
KBS기협 공개 '보도외압 일지'

<김시곤 전 국장 기자총회 주요 발언>
■보도국장 사임 관련 청와대 인사 개입
9일 있었던 일만 설명하겠다. 유가족들이 회사 앞에 몰려와 KBS를 강력 비난했고, 나의 사퇴와 길환영 KBS 사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새벽 3시, 6층 임원 회의실에서 사장, 부사장, 임원, 보도본부 국장 등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본부노조의 일방적 주장이기 때문에 정면 돌파하는 것으로 사장이 결정하고 확인했다. 당일 오후 2시 본부노조 주장을 반박하는 공식 기자회견 및 오후 8시 비상 임원회의를 열기로 확정했다.
오후 12시25분, 사장 비서로부터 사장이 면담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사장의 전언은 “주말에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어 위기국면이니 기자회견 잘 해 주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1시간 후인 오후 1시25분,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장은 BH, 청와대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내게 회사를 그만 두라고 했다. 3개월만 쉬면 일자리를 찾아보겠다고 회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거역하면 자기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고, 이건 대통령의 뜻이라고까지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너무도 부끄럽고 창피하고 참담했다. 그리고 분노했다. 이 사람이 과연 언론기관의 수장이고, 이곳이 과연 언론기관인지 자괴감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기자회견을 했다.

■세월호 보도 관련 청와대 개입
세월호 참사에 관한 한 KBS 보도가 결코 뒤지지 않고 비교적 잘한 보도라고 자평한 적 있다. 청와대쪽에서 해양경찰청을 비판하지 말 것을 여러 번 요청했으나 많이 비판했기 때문이다. 해경 관련 보도가 꾸준히 나가고 요청이 잘 안 받아들여지니까 사장을 통해 얘기가 전달된 것 같다. 5일 사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보도본부장실을 방문, 사장 주재 작은 모임을 열었다. 여기서 사장이 보도본부장, 나, 취재주간, 편집주간 4명에게 해경에 대한 비판은 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

■길환영 사장, 대통령-정치 관련 보도 원칙
길환영 사장이 대통령을 모시는 원칙이 있다. 대통령 관련 뉴스는 러닝타임 20분 내로 소화하라는 원칙이다. 정치부장은 대통령 순방 때마다 몸살을 앓았다. 이른바 꼭지 늘리기 고민이었다. 여당의 모 의원이 TV에서 얘기하는 날은 반드시 전화가 왔다. 어떤 이유가 있든 그 아이템을 소화하라는 전화였다. 일방적으로 할 수 없으니까 야당과 섞어서 보도하라는 지시도 했다. 누구라고 말을 안 해도 정치부 기자들이라면 모두 알 것이고, 화면에 가장 많이 등장한 사람을 헤아려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치 부분 통계를 보면 대통령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정부가 새로 출범한 1년, 허니문 기간은 물론 그 기간이 끝나고도 대통령 비판은 없었다. 정부, 여당 비판도 내가 기억하기로는 한 차례만 있었다. 민주당 비판도 못했다. 민주당도 비판의 대상에서 성역이 돼버린 측면이 있었다.

<KBS기협 공개 ‘보도외압 일지’>
■5월3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반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를 9시 뉴스에 반영하지 못해 뉴스 하단에 관련 기사를 넣었다. 오후 9시5분 길환영 사장이 전화를 해 기사를 당장 빼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9시 뉴스 진행 중간에는 시스템적으로 기사를 뺄 수 없어 그대로 방송하고 뉴스가 끝난 후, 후배 기자들이 눈치 못 채게 보도국 간부를 시켜 기사를 삭제했다.

■5월5일
사장이 이례적으로 보도본부장실을 방문, 사장 주재 회의를 열고 보도본부장, 나, 취재주간, 편집주간 4명에게 해경에 대한 비판은 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 그날 잡혀있던 사회 2부의 이슈&뉴스는 해경 관련 내용을 거의 빼내는 방법으로 제작·방송됐다.

■5월6일
9시 뉴스 예고편에 대통령 또는 정치 아이템이 나오면 시청자 이탈 현상이 나오는 만큼 이날도 이 원칙에 따라 대통령 아이템을 예고에서 삭제했다. 사장이 이날 예고를 보고 오후 8시39분 전화를 해 대통령 기사가 왜 없는지 묻고 헤드라인 여부와 순서를 물었다. 헤드라인에는 나가고 순서가 3번째라고 하자 사장은 2번째로 올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담당 간부에게 연락해 뉴스를 15분 남겨둔 오후 8시44분, 순서를 바꿨다.

■5월8일
이날도 경제부를 중심으로 정치부까지 참여해 해경 조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슈&뉴스가 있었다. 그러나 이대로 큐시트가 사장실로 전달되면 사장의 저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해경’이란 단어를 지운 가짜 큐시트를 만들어 사장실로 보냈다. 실제 뉴스에서는 원안대로 해경 비판이 나갔다. 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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