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 대통령의 언론관
권력 행사가 정당해야 언론 보도가 제자리를 찾는다
사사건건 대립하던 전현직 대통령이 모처럼 입을 맞춘 듯 언론을 비난했다. 현직 대통령이 언론을 '마녀사냥꾼'으로 몰아붙이더니 전직 대통령은 아예 '미친 놈'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불만의 내용은 정반대다. 현직 대통령은 언론이 명확하지도 않은 사실까지 대서특필해 정권을 궁지에 몰아넣는다고 비판하고, 전직 대통령은 현정권의 뻔히 드러난 잘못조차 숨기고 보도하지 않는다고 극언을 퍼부었다.
김영삼씨의 막가파식 폭언이야 흥분할 가치도 없는 실소거리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언론관은 많은 여운을 남긴다.
마녀사냥론을 불러일으킨 옷로비 보도를 놓고 보면 언론계 내에서도 김대통령과 비슷한 불만이 존재한다. 더구나 그 이전의 고관집 도둑 김강룡 사건 보도에 이르면 공감대는 훨씬 확산된다. 여기서 쟁점은 명확한 증거 없이 한편의 주장을 사실인 양 몰아가는 보도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저널리즘 원론으로 본다면 대답은 간단명료하다. 언론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반면 현실론으로 접근하면 대답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권력은 워낙 거대하면서도 동시에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부도덕한 일들을 서슴지 않고 저지른다. 따라서 언론의 기본적인 목적이 권력 감시인데, 이런 방식이 아니라면 권력의 비리를 들추어내기란 극히 힘들어진다. 하지만 언론 보도는 사실이 많을수록 주장의 설득력이 커진다는 점에서, 현실론적 언론인들도 대통령의 증거 강조에 시비를 걸 수는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언론은 힘이 세다. 그래서 여론몰이나 마녀사냥도 가능하다. 권력의 처지에서 자신들을 감시하는 언론이 불만스러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하겠는데, 그 언론이 힘까지 세니 권력자들은 참으로 못마땅할 것이다. 보도 내용의 타당성을 떠나 대통령의 불만이 이해가 간다.
하지만 대통령의 언론관에 깔려 있는 책임 떠넘기기 의식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다. 상황이 불만스럽고, 그 상황의 한 가운데 언론이 있다고 해서, 상황의 책임을 언론에 떠넘기는 식은 곤란하다. 언론 보도는 사회 구조의 산물일 뿐이다. 만약 언론이 마녀사냥을 했다면 시민들의 호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더 정확하게는 시민들이 마녀사냥을 요구한 것이다. 현명한 대통령이라면 언론 보도를 비난하기에 앞서 그러한 보도를 낳는 사회 구조를 깨닫고 대통령으로서 여기에 책임을 느껴야했다.게다가 우리 언론에 막강한 힘을 준 것은 권력이다. 권력이 그 동안 힘을 남용하고 횡포를 부렸기에 권력을 견제하는 언론의 위상이 강화되었고, 다소 무리한 보도를 해도 시민들이 언론보다 오히려 권력을 탓하는 것이다.
언론이 문제가 없다거나 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 아니다. 다만 권력은 권력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대응하란 말이다. 만일 언론 보도가 무리하다고 생각한다면, 언론이 힘이 너무 세다고 느낀다면 권력 집단이 내려야 할 결론은 분명하다. 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하고 사회 구조가 제대로 자리 잡게 만드는 것이다. 아무리 지적이 옳아도 스스로 원인을 제공하면서 결과를 탓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것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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