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희망이 되어 보세요"

조혈모세포 기증한 뉴스Y 이재호 기자


   
 
  ▲ 뉴스Y 이재호 기자  
 
“2만분의 1의 확률로 만난 소중한 인연이에요. 어디 사는 누군지도 모르지만 제가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이재호 뉴스Y 카메라기자는 4월 중순 백혈병을 앓고 있는 11살 남자아이에게 조혈모세포(골수)를 기증했다. 혹시나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친구와 직장 동료에게만 알린 채, 3일 동안 병원에 입원하며 자신의 혈액에서 조혈모세포를 추출했다.
그는 2008년 4월 대학로에 놀러갔다가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맥도날드 아저씨로 유명했던 배우 김명국씨를 보게 됐다. 2005년 2월, 8살 아들을 백혈병으로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김씨는 당시 조혈모세포 기증을 홍보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 뉴스를 가슴 아프게 봤던 이 기자는 그 자리에서 바로 피를 뽑고 조혈모세포를 등록했다.
그 후 6년의 시간이 흘렀다. 조혈모세포 기증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던 그에게 2월 중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백혈병에 걸린 환자와 유전자가 일치하니 조혈모세포 기증 여부를 고민해보라는 전화였다.

“처음에는 스팸 전화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차근차근 얘기해보니 저와 유전자가 일치한 분이 백혈병에 걸렸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주위 분들과 찬찬히 의논하고 다음 주에 연락할 때 결과를 말해달라고 했는데 저는 이미 할 거라고 마음을 먹었죠. 문제는 시기였어요.”

당시 일진기자로 국회에 출입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던 그는 다가올 6·4지방선거 일정이 마음에 걸렸다. 기증 시기가 늦어져 지방선거와 맞물리면 자칫 기자단과 회사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지방선거 전인 지난달 24일로 기증 날짜를 정했다.

“기증하려면 입원을 해야 하기에 팀장님과 상의를 했는데 흔쾌히 휴가를 내주셨어요. 당시 세월호 침몰사고로 한창 바쁠 시기였는데 2박3일이나 특별 휴가를 내주셨죠. 시국이 시국인 만큼 주위에서도 하나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대단하다면서 칭찬을 많이 해줬어요.”

날짜를 정한 그는 입원 3일 전부터 ‘그라신’이라는 조혈모세포 촉진제를 맞으며 준비를 시작했다. 혹시나 조혈모세포를 생성해내는 데 부작용이 있을까봐 그는 진통제 한 알도 먹지 않고 흉통이나 뻐근함을 참았다.

“기증 당일, 혈액을 검사하던 의사가 조혈모세포가 너무 많다며 놀라워하더라고요. 이 정도면 꽤 아팠을 거라면서. 덕분에 원래 두 번에 걸쳐 조혈모세포를 채취하는데 저는 한 번으로 끝났습니다.”

이 기자는 골수 조혈모세포 기증과 말초혈 조혈모세포 기증 중 후자의 방식을 택했다. 전신마취를 하고 엉덩이뼈 속에 있는 골수액을 주사기로 채취하는 전자의 방식과 달리 말초혈 조혈모세포는 마취 없이 침상에서 헌혈하듯 채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조혈모세포 기증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내 몸 일부분을 떼어주는 것도 아니고 세포를 나누는 개념이에요. 헌혈이랑 똑같은 방식이라 아프지도 않고 두려워할 필요도 없죠. 백혈병에 걸린 사람이 남의 세포를 기증받는 것은 최후의 선택이라고 하더군요. 누군가에게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세요.” 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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