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패 부리러 온 것이 아니라 정당한 사과를 받으러 왔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고 유족들이 8일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를 항의 방문했다.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계기였다.
유가족들은 8일 오후 3시50분께 KBS 보도국 간부 10여명이 경기 안산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분향소로 달려갔다. 유가족들은 "어떻게 세월호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를 비교할 수 있느냐. 희생자를 또 죽이는 꼴"이라며 임창건 KBS 보도본부장과 이준안 KBS보도국 취재주간 등 KBS 간부들에게 격렬하게 항의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이준안 주간을 분향소 앞 유가족 대기실 천막으로 데려가 "부적절한 발언을 한 간부의 해명을 직접 듣겠다"며 김시곤 보도국장을 데려오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오후 8시30분까지 김시곤 보도국장이 나타나지 않자 유가족들은 오후 9시께 45인승 버스 5대에 100여 명이 나눠 타고 KBS 본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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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정을 든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8일 밤 김시곤 KBS 보도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KBS를 항의방문했다.(사진=뉴스1) | ||
자정을 넘긴 9일 새벽 1시30분. 유가족 대표와 임창건 보도본부장이 면담을 진행하고 있는 사이 KBS 측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조문 갔던 보도본부 간부들이 폭행·억류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공식입장을 전했다. KBS측은 자료를 통해 “조문을 하는 과정에서 이준안 주간이 일부 유가족들에게 대기실로 끌려가 폭행을 당하고 5시간가량 억류당하는 일이 빚어졌다”며 “중재를 위해 나섰던 정창훈 경인센터장도 유가족들에게 수차례 폭행을 당한 뒤 5시간 넘게 억류됐다”고 밝혔다. 또 “일부 유가족들은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윽박지르고, 고성과 욕설을 하기도 했다”며 “이준안 주간과 정창훈 센터장은 유가족들로부터 당한 폭행과 장시간 억류에 따른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라고 전했다.
김시곤 보도국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보도국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여러 차례 해명했고 당시 점심 식사에 합석했던 부서의 팀장 2명도 보도국장이 그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해 줬다”며 “결코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세월호 사망자 수를 비교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유경근 세월호 사건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이에 대해 “낮에 KBS 간부들에게 분향소에 왜 왔냐고 물어보니 분향소 내 KBS 취재팀을 격려하기 위한 차원에서 왔다고 답했다”며 “조문 온 사람에게 행패 부린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최종적 요구는 KBS 대표이사의 사과방송, 김시곤 보도국장의 퇴진 두 가지”라고 밝혔다.
김병권 희생자·실종자·가족 대책위원장은 오전 2시30분께 유가족들에게 김시곤 보도국장의 사과를 받는데 실패했다고 전한 뒤 "청와대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러 가자, 박 대통령은 우리를 받아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이후 버스에 탑승해 청와대로 출발했으나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경찰 차벽에 막혀 9일 현재까지 이곳에서 농성 중이다.
한편 KBS는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이날 오후 2시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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