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언론공작·검찰총장 막말…일그러진 권력
국정원, 증거조작 표면화된 2~3월 '언론플레이' 집중
김진태 총장, 사진기자에 "어이 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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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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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한 기자는 지난 2월25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으로 기소된 유우성씨의 항소심 공판에서 비공개로 증언을 했던 탈북자 A씨와 서울 서초동 한 식당에서 만났다. 국가정보원이 주선한 자리였다.
동아일보 기자는 이날 1시간30분 넘게 A씨와 인터뷰했다. A씨는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유우성씨 관련 비공개 재판에 출석해 증언을 했는데 그 얘기가 북한 보위부로 흘러들어가 북한에 사는 딸이 보위부에 붙잡혀 조사를 받았다. 재판부에 이를 항의하는 탄원서를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원서를 낸 뒤) 아들과 딸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 이런 내용이 언론에 난다면 내가 유씨 재판에 나갔다는 걸 확인해주는 꼴이 되기 때문에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A씨의 요청을 받고 기사화하지 않았다. 동아일보 기자는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A씨가 자식들의 생명이 걸려 있다고 말해 기사화할 수 없었다”며 “데스크에 자초지종을 보고하고 안 쓰겠다고 하니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보도가 불발되자 국정원은 몇몇 언론사를 소개해주며 인터뷰를 하라고 종용했다. A씨는 북에 있는 가족들의 안전을 우려해 인터뷰를 거부했다. 국정원이 A씨의 인터뷰를 언론에 주선하던 당시는 유우성씨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이 국정원에서 건네받아 증거로 제출한 중국 공문서들이 위조된 것이라고 중국 정부가 회신하면서 증거조작 실체가 드러나던 시점이었다.
A씨의 탄원서는 문화일보 4월1일자를 통해 알려졌다. 문화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A씨의 법정증언이 북에 유출됐으며 A씨가 증언 유출 과정을 조사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3면에는 탄원서 사본 사진과 함께 전문을 실었다. 이튿날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도 탄원서 내용을 보도했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문화일보의 협조를 받아 탄원서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문화일보 기사가 나온 뒤 탄원서 내용을 법원, 검찰, 국정원 등을 통해 확인해 보도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는 A씨의 항의를 받고 보도 당일 저녁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내렸다. A씨는 문화일보 보도 배후에 국정원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보도가 나온 직후 문화일보 편집국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소송 걸겠다고 전화를 끊었는데, 바로 뒤 국정원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와 소송하지 말라고 말렸다. 만류에는 대가가 있었다”고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에 대해 문화일보 관계자는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탄원서를 어디에서 받았는지 밝힐 수 없다. A씨의 요청에 따라 기사를 내렸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7일 유씨 사건 항소심 비공개재판에서 증언한 사실과 재판부에 낸 탄원서가 유출됐다며 관련된 사람을 모두 찾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가안보의 보호막 뒤에 숨어 마음만 먹으면 정보를 왜곡할 수 있는 국정원이 새로운 것을 보도하려는 언론의 특종의식을 활용했다”며 “언론사들은 사실 관계를 철저하게 확인하고 국정원은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라면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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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태 검찰총장이 지난 14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다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집중되자 짜증을 내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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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인마, 밥 먹고 나오는데 씨….”
김진태 검찰총장이 14일 ‘간첩 증거조작 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검찰총장의 표정을 담으려는 사진기자들에게 막말을 했다. 당시 현장에는 경향신문 사진기자 1명과 한겨레신문 사진기자 2명이 있었다.
한국사진기자협회(회장 홍인기)는 이날 곧바로 성명서를 내 검찰총장의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사진기자협회는 “사진기자 500여명은 심한 모멸감과 함께 고위 공직자인 검찰총장의 언행에 실망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김 총장의 이런 언행은 스스로 내세운 ‘행복한 국민, 정의로운 검찰’상에 먹칠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서 사진을 찍은 경향신문 강윤중 기자는 “10여년 동안 검찰에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검찰총장을 스케치하기 위해 여러 번 대검에 갔지만 이런 식의 반응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김 총장이 지나가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근접하지 않고 늘 찍는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며 “증거조작 사건 수사결과 발표라는 민감한 사안 때문에 언짢을 수 있지만 기자들도 신문을 믿고 보는 독자들 때문에 취재를 하지 않느냐”고 했다.
특히 사실 관계를 왜곡한 검찰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강 기자는 “대검 관계자가 ‘기자들이 평소 관행과 달리 근접 촬영을 했다’, ‘인마’, ‘씨’ 등의 표현은 쓰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왜곡”이라며 “사진기자 잘못으로 이런 해프닝이 일어났다고 호도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14일 저녁 대변인을 통해 해당 신문사 편집국에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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