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한강개발' 과잉홍보
데스크에 먼저 알려 기자단 반발 시장취재 거부키로
서울시가 8일 새 천년을 앞두고 한강과 그 주변을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하겠다며 의욕적으로 발표한 '새서울, 우리 한강' 사업은 9일 언론에 대부분 주요 기사로 다뤄졌다. 그러나 기사가 나오기까지 정작 출입기자들은 서울시의 '과감한' 언론플레이로 산고를 겪어야 했다.
8일 오전 10시 30분 전후 서울시 출입기자들은 기사아이템을 보고하다가 담당 데스크에게 '한강개발 사업을 왜 제대로 보고 못하느냐'는 질타를 받았다. 서울시가 기자들에게 사업내용 요약본과 함께 '우리 한강' 사업을 발표한 것은 오전 11시 경.
데스크들이 기자들에게 면박을 준 것은 당연하게도 사업내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울시는 출입기자들에게 발표하기에 앞서 오전 8시 30분~9시 사이 각사 데스크들에게 먼저 인편으로 '우리 한강' 자료를 전달했다. "워낙 역점을 두는 중요사업이라 언론에 가능한 크게 보도되도록 하려다보니 지면, 방송시간 등을 결정하는 오전 편집회의 시간에 맞춰 자료를 전달했다"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전날 대부분의 기자들에게 '자료를 담당 부장에게 먼저 전한다'고 알려줬으나 일부는 전달이 안돼 착오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여진'은 이날 12시 고건 시장 취임 1주년을 맞아 10개 신문사와 연합뉴스 편집국장단과 함께 한 오찬 석상까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고 시장은 다시 한번 '우리 한강' 사업을 언급해 내용을 잘 모르던 일부 국장들이 '황당'해했다는 전언이다.
이 때문에 출입기자들은 다음날인 9일 기자단 운영위원회를 열어 무기한 시장 동행취재를 거부하고 동정기사를 쓰지 않기로 결정하는 한편 한달 후 이 문제를 다시 논의키로 했다. 한 기자는 "서울시의 언론플레이는 기사를 키우기 위해 '윗선'과 닿는 데 급급해 100여명의 출입기자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기사를 숨기거나 사실을 호도하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자들의 비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순 없다"면서도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려다 보니 생긴 문제였다고 기자들에게 사과했고 재방방지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김상철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