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15일 가판(10판)을 폐지했다. 이날 이후부터는 저녁 6시30분께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에 펼쳐진 많은 신문들 속에서 중앙일보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근무형태 큰 변화 없어
○…중앙일보는 가판 발행을 중단한 첫날인 15일 비상근무에 들어가는 등 긴장했지만 닷새가 지난 19일 현재 지방판(40판) 발행 체제에 맞춘 근무형태가 정착돼 가는 분위기다.
당초 근무여건 악화가 우려됐던 교열부의 경우도 오후 1시에 출근하던 주간 근무조가 한시간 늦게 출근하는 형식으로 근무를 조정, 운영하고 있다. 한 교열부 기자는 “예전 같으면 주간조의 경우 가판 교열만 담당하면 됐지만 이제는 지방판 발행 때 추가되는 기사를 신경 써야하는 게 조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편집부는 평소와 같이 근무조를 가동하고 있다. 한 편집부 기자는 “15일엔 부서 전체가 긴장하면서 비상 대기했지만 크게 문제될 게 없는 것으로 보여 이제 종전처럼 퇴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근 부서 기자들의 경우도 종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다. 한 외근 기자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엔 전에도 야근을 했다”며 “가판 폐지 첫날 다소 긴장하긴 했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으며 며칠 지난 지금은 오히려 여유를 느낀다”고 말했다.
오히려 간부들의 근무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국장단의 경우 자정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각 부장들 역시 차장들과 교대를 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지방판이 인쇄돼 나올 때까지 교대순서와 상관없이 자리를 지키는 분위기다. 한 편집국 간부는 “아직 가판 폐지가 완전히 정착됐다고 볼 수 없어 교대순서가 돌아와도 대부분 데스크들이 대기하는 등 고생이 많다”고 말했다.
대장 놓고 평가회의
○…기자들 사이에서 가판 폐지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보다 신문을 더 주의 깊게 살피게 됐다는 것이라고 한 기자는 전했다. 이 기자는 “종전에 가판이 나올 경우엔 다음날 발행되는 시내판 신문을 보지 않을 때도 있었다”면서 “지금은 오히려 아침 일찍 일어나 배달돼 온 신문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내근 부서 기자들이나 취재를 마치고 귀사한 기자들 역시 분위기는 비슷하다. 한 기자는 “비록 대장 형태이지만 부서별로 평가 회의를 갖기도 한다”며 “가판을 제작했을 때보다 더 관심 갖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방판 열람은허용
○…가판 폐지와 관련해 지난 15일 임원회의 때 일부 부서에서 “지방판 신문을 판매하자”는 의견이 제출돼 논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가판 폐지의 취지를 살려 지방판 신문을 판매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으나 광고주들이 요구하거나 신문을 보기 위해 직접 회사를 찾는 이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열람을 허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방판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운 일부 기업 홍보관계자의 경우 중앙일보사 근처까지 찾아와 친분이 있는 기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전화를 건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일보의 한 관계자는 “(업체 홍보관계자의 방문 등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어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초 가판 폐지의 기본 취지였던 차별화와 관련된 지면 평가는 아직 이르다는 게 중앙일보 안팎의 중론이다. 한 편집국 기자는 “닷새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뭐라 말하기는 아직 이른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나 정계 비리의혹 사건 등 큰 건이 잇따라 터지는 상황에서 차별성을 찾기는 무리”라며 “좀 더 시일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신문사의 한 기자 역시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면 평가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조합원들의 노동강도 강화 등을 우려해 온 노조는 다음달 15일까지 한달 동안 진행과정을 지켜본 뒤 정리된 입장을 회사쪽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 기간 동안 부서별 대의원 면담과 설문조사를 진행해 근거자료로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기획실의 한 관계자도 “노조쪽과 1개월 동안 시험기간을 거친 뒤 평가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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