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를 따라 아버지의 발자취를 좇다

[시선집중 이 사람]6개월간 '장날' 연재한 충북일보 임장규 기자


   
 
  ▲ 충북일보 임장규 기자  
 
‘아버지와 아들이 바라보는 충북 장날의 역사’
임장규 충북일보 기자가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연재한 기획기사 ‘장날’은 아버지의 발자취를 좇는 과정이었다.

임 기자의 부친은 임병무 전 충북일보 논설위원이다. 1986년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임 전 논설위원은 오랜 기간 문화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총 9권의 책을 펴냈다. 그중 첫 번째 작품인 ‘장날(1983년, 청조사)’은 임 기자에게 하나의 궁금증을 던졌다. “정확히 30년 후, 지금의 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임 기자는 총 14회 연재를 통해 충북지역 11개 시·군을 대표하는 장을 취재했다. 기사는 전반부의 ‘1983년’, 후반부의 ‘2013년’으로 나눠져 있다. 1983년은 당시 아버지의 기사 원본을 그대로 발췌한 것이고 2013년은 임 기자가 직접 현장을 취재한 결과물이다. 그의 기사를 통해 누군가는 추억을 곱씹었으며 누군가는 세월의 변화를 실감했다.

임 기자는 “역사를 기록한다는 신문의 역할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아직 실력이 부족해 책을 펴낼 엄두도 못 내고 있지만, 대선배인 아버지의 필력을 흉내라도 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취재는 쉽지 않았다. 장날에 물건을 파는 상인들인 ‘장돌림’들이 대부분 외지인으로 구성된 탓에 특유의 정(情)이 사라졌다는 점이 난관이었다. 사진기를 들이대면 멱살잡이부터 하는 이들도 있었다. 약초의 본고장으로 유명한 제천 덕산장은 거의 파장되다시피 해 허탕을 치고 돌아오기도 했다. 임 기자는 “3시간이나 걸려 찾아간 덕산장인데 비는 주룩주룩 오고… 화가 나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임 기자는 5일장의 현실과 장돌림의 고충을 진솔하게 전달하기 위해 직접 보고, 듣고, 느끼려 노력했다.

지금까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5일장은 거의 없다. 대부분 비가림시설 등으로 현대화됐다는 것이 임 기자의 설명이다. 그가 꼽는 5일장의 ‘모범사례’는 충주장이다. 달천나루와 충주읍성 등을 떠돌던 충주장은 현재 충주 교현천 제방에 정착했다. 임 기자는 “다른 지역과 달리 장돌림들 간에도 상인회가 구성돼 370여대의 매대를 갖춘 ‘준 상설시장’으로 발전했다”며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있는 상설시장과 경쟁하기 위해 5일장 상인들이 직접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재가 끝난 지 석 달이 됐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5일장에 대한 지자체의 무관심 탓이다. 임 기자는 “상설시장은 전통시장 육성법에 의해 각종 지원을 받고 있지만 5일장은 어떤 법적 지원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5일장이 사실상의 불법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에 이어 충북 언론인의 길을 걷고 있는 그에게 기자로서의 목표를 물었다. 그는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되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가 수상한 ‘한국기자상’을 타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부자의 상패를 거실에 세워두면 꽤 근사하지 않을까요(웃음). 모쪼록 열심히 발로 뛰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김희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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