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습·작전상황 초점…민간인 피해는 언급만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과 관련한 언론의 보도태도는 지난달 11일 세계무역센터 비행기 테러 직후의 모습보다는 차분해졌으나 여전히 외신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조차 미국 정부의 정보 통제를 받는 상황에서 이같은 국내 언론의 외신 의존은 여과되지 않는 미국 중심의 시각을 드러내고 독자들에게 편향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실 여건상 특파원을 파견할 수 없어 외신 의존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미국 언론들조차 현재까지 공습의 효과와 피해상황 등에 관한 정보 공개를 미국 정부에 요구한 것을 볼 때, 외신 따라가기에 급급하다보면 전황과 관련해 자칫 의도하지 않은 확대 과장보도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미군의 공습 사실을 1면 머릿기사로 대서특필하고 많게는 9개면(동아)에 걸쳐 관련 기사를 게재한 언론은 11일부터는 관련기사를 국제면 중심으로 배치하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그러나 대부분 언론은 미국의 공습 직후 외신을 인용해 주로 미국의 공습과 작전 상황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면서 이번 공습으로 인한 피해상황이나 탈레반의 입장과 대응 등은 부차적으로 취급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군이 전과를 선전하기 위해 공습의 성공만을 강조할 뿐 민간인과 민간시설의 피해상황에 대해선 발표하지 않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은 것은 물론, 지난 9일 미군의 공습으로 유엔의 비정부기구인 아프간기술자문단(ATC) 직원 4명이 숨진 것 역시 공습 관련 스트레이트 기사 등에서 간단히 언급하는 데 그쳤다.
또 대부분 언론은 미군이 심리전 차원에서 아프가니스탄의 군사시설을 공습하면서 구호품을 투하한 사실을 크게 보도했지만, 이 구호품 투하의 실효성을 의문시하는 국경 없는 의사회 등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의 비판에 대해선 한겨레, 문화 등 일부 언론만이 비중 있게 취급했을 뿐이다.
더불어 빈 라덴이 알 자지라 방송과 인터뷰 당시 미제 군복 등을 착용했다는 가십거리는 박스기사로 보도하면서도 미군의 공습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200명을 넘어섰다는 탈레반의 주장을 보더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민간인 피해상황을 비중 있게 알리려는 노력은 드물었다.
언론의 보도태도와 관련 한 신문사 국제부 기자는 “외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럴수록 더더욱우리의 시각을 찾고, 독자들이 균형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언론정치학부)는 13일 언론학회에서 발표할 ‘미국 테러사건과 한국언론보도’란 논문에서 지난 98년 미국의 수단 ‘무기화학공장’ 공습 보도를 상기시키면서 “큰 사건 때마다 드러나는 외신보도의 맹목성과 미국언론 흉내내기는 한국언론의 서글픈 고질적 치부”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공습 직후 수단 정부의 요청으로 실시된 UN의 진상조사 결과 해당 건물은 무기화학공장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언론은 미국 언론을 그대로 인용 보도해 줄줄이 오보를 냈다.
김동원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