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권력비판 '주춤' 친정부 논조 '솔솔'
'옷 로비의혹' '조폐공 파업유도' 심층보도.문제제기 회피... '외부압력 아닌 내부 문제' 공방협서 논의키로
단지 우연의 연속일까? 신동아 회장 부인의 옷 로비의혹, 전 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 등 정국을 뒤흔드는 사건들이 잇따라 터진 가운데 KBS 뉴스가 권력비판형 의제를 회피하고 있는 보도태도를 계속 보여 안팎에서 비난이 거세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파문이 번진 8일 보도를 보면 MBC 뉴스데스크가 "파업 유도했나"와 "석연찮은 통폐합", SBS 8시뉴스가 "조폐공 파업 공작 없었다지만"과 "파업, 직장폐쇄로 대처"를 통해 조폐공사 사태의 전말과 의혹을 자세하게 제시한 반면 KBS 9시 뉴스는 관련 심층보도가 한 꼭지도 없었다.
9일 뉴스에서 "통폐합 무모했다"와 "안 믿어줘 곤혹"을 통해 시민단체가 3월 발표한 진상조사서와 검찰 분위기를 통해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때는 이미 대통령이 국정조사권 발동을 결정한 후였다. 본격적인 의혹 제기는 9, 10일께야 검찰 분위기를 전달하거나("재조사 불가피"), 조폐공사 사장 인터뷰("왜 자주 만났을까")를 통해 이뤄졌다. 스트레이트-해설성 스트레이트-심층보도로 나누어보면 KBS는 16-8-2건, MBC는 17-5-8건, SBS는 18-5-3건으로 MBC의 심층보도가 눈에 띄게 많았다.
이런 양상은 '옷 로비의혹' 수사 종반에 뚜렷하게 나타났다. 초반기엔 신문보다 늦은 보도, 로비의혹보다 상류층의 소비행태에 집중한 보도란 공통점으로 방송노조와 시민단체들의 비난을 받은 방송3사 뉴스는 검찰 수사 말미부터 각자 다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수사 진행상황 인용보도에서 KBS는 김태정 전 법무장관의 부인 연정희씨에게 혐의가 없음을 강조하는 내용을, MBC는 수사 의문점을 되짚는 내용이 많았다. 김 장관 유임 후에도 KBS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개혁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정부의지에, MBC는 여권 내부의 퇴임 여론에, SBS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에 초점을 두었다.
KBS 노조(위원장 현상윤)는 4일자 노보에서 "최근 KBS 뉴스가 권력비판형 의제를 다루는 데 매우 소극적일 뿐 아니라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난 보도로 안팎의 비난을 받고 있다"며 "뉴스가 권력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을 소홀히 한다면 아무리 급발진사고 등 탈권력적 의제로 시청자의 눈길을 모은다 해도 진정한 국민의 방송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KBS '친정부 성향'의 발원이 '외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박선규 KBS 지회장은"보도에문제가 있다고 보고 지회 운영위원들과 조사했지만 아이템 누락이나 부당한 압력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간부들에게만 책임을 다 묻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먼저 현장기자들이 적극적으로 비판아이템을 올리고 관철시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한 기자는 그럼에도 "일선기자가 미쳐 문제제기하기 못한 것을 찾아내 취재토록 하는 것이 보도국 지도부의 역할 아니냐"고 반문했다.
KBS 노사는 조만간 공정방송협의회에서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할 예정이다. 정치권력과 달라진 관계 속에서 KBS가 관성대로 흘러갈 것인가 공영방송 뉴스의 모델로 거듭날 것인가.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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