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컴퓨터를 켜며] 장우성 기자


   
 
  ▲ 장우성 기자  
 
YTN을 두해 넘게 출입하면서 가장 알고 싶었던 진실 두가지와 가장 보고 싶었던 모습 한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 진실은 해고무효소송 1심 결과에 따라 해직사태를 해결한다는 4·1합의, YTN의 상처를 조기에 치유할 수 있었던 이 솔로몬의 지혜가 왜 수포로 돌아갔을까 하는 것이었다. 구본홍 전 사장은 무엇 때문에 돌연 사퇴했는지가 나머지 한가지다.

본보는 지난해 8월 구본홍 전 사장과 어렵게 인터뷰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구 전 사장은 이 두 가지에 예상 가능한 답변만 했을 뿐이다.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았다.

구 전 사장이 4·1합의대로 해고무효소송 1심 결과에 따라 해직사태를 해결할 의지를 가졌던 것은 확실하다. 그는 만약 1심에서 일부 해고 정당 판결이 나더라도 머지않은 시간 내에 전원 복직시키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었다. 당시 합의 과정을 가장 자세히 알고 있는 YTN 내 인물은 노사 양측 네 사람이다. 이들 중 세 명이 합의문에 명시된 ‘법원 결정에 따른다’는 말은 1심을 의미했다고 말하고 있다.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대법원 결정에 따르겠다고 합의할 ‘바보’는 없다는 것도 상식이다.

하지만 구 전 사장은 이 같은 결심을 대내외에 공개적으로 못 박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아직도 YTN 일부에서는 “지나간 일이고 떠난 사람이니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치부한다. 그동안 취재한 정황을 종합하면, 구 전 사장이 이를 공표하지 않은 이유는 안팎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타협을 통한 사태 해소 대신 노조를 제압하기를 바라는 강경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동안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던 구 전 사장의 넋두리는 무엇을 의미할까.

당시 정권도 그가 노조를 누르지 못해 실망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특히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사후 방송된 ‘돌발영상’은 결정적이었던 듯하다. 당시 돌발영상은 서거한 노 대통령을 조명하는 ‘노무현 편’을 내보냈는데, 이를 놓고 여권의 항의가 빗발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YTN 한 기자는 “구 전 사장이 돌발영상 ‘노무현 편’ 때문에 곤혹스러워하는 빛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그해 6월 체결된 노사 공정방송협약 역시 결과적으로 구 사장의 입지를 축소시켰다. 노조 측에 전향적인 내용을 담은 협약에 대해 안팎의 성토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구 전 사장은 협약이 합의되고 해직사태가 풀려야 YTN이 산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아무도 우군이 없는 상황에서 구 전 사장은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을 법하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우발적으로 YTN을 떠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어떻게 구 전 사장 사퇴 한 달전 ‘YTN 임원교체 방향’이라는 문건을 작성했을까. 그가 물러난 뒤 보도국장과 ‘돌발영상’ 제작진이 교체되고, 공정방송협약이 무력화된 것은 왜일까. 1심을 통한 해직사태 해결이 물 건너간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하지만 풀지 못한 두가지 진실보다 더 갈구했던 장면 한가지가 있었다. 그것은 6명의 해직기자가 19층 보도국에 돌아오고, YTN 선후배들이 미래를 위한 화합의 포옹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기자와 취재원은 불가근불가원이라고 했는데, 이 출입기자는 수준 미달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만났던 기자들 중에 가장 가슴 뜨거운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YTN이었다. 아무도 원하지 않았지만 거대하게 맺혀버린 저 응어리만 풀면 어느 언론사보다 더 큰 날개를 달고 훨훨 날 수 있을 텐데, 애타는 심정으로 남대문을 오고갔다.

세가지를 아직 이루지 못한 YTN 출입기자는 해직사태 7년째를 앞둔 마지막 희망 한가지를 적는다. 내년 스무살의 성년이 되는 YTN이 진정한 평화를 맞이하는 일이다. 이제 멀리서라도 소식이 들려오면, 그날은 홀로 축배를 들 것이다. 그날은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YTN 사람들만의 축제의 날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장우성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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