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SBS 주주총회에서 우원길 전 SBS 사장의 교체 여부는 관심사였다. 사장에 임명된 지 올해로 만 4년이었기 때문이다. 윤세영 명예회장이 SBS 대표이사 사장에서 물러난 2005년 이후 안국정, 하금열 전 사장은 각각 2년, 2년9개월 씩 사장을 지냈다. 지난 2일 취임한 이웅모 신임 사장은 사장 후보군에 거론됐던 인물 중에 이미 유력하게 가능성이 점쳐졌다.
일단 사내 분위기는 ‘이웅모 체제’ 아래 내부 소통에 대해 우려가 우세한 편이다. 과거 노조와의 불편했던 관계 때문이다. 방송지원본부장 시절 연봉제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노조가 390일간 농성을 벌이는 등 큰 갈등을 겪었다.
보도본부장 시절의 ‘설화’도 회자된다. 당시 회사가 노조 전임자 출신을 연수 선발에서 탈락시켜 반발이 일자 “노조 활동을 어떻게 했느냐가 중요하다. 오너십을 부정하면 같이 할 수 없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급기야 SBS기자협회가 신임투표를 실시하기에 이르렀지만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고, 이 본부장이 유감의 뜻을 나타내는 선에서 봉합됐다.
올해는 시사보도프로그램인 ‘현장21’ 폐지를 추진하다 기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물러섰다. 이 사장은 회사 내 현안이 발생하면 전반적으로 구성원의 의견 수렴과 조정보다는 오너의 의중을 관철시키는 데 더 주력했다는 평도 듣는다. 노조와 마찰도 꺼리지 않는 편이다.
이 같은 ‘전력’ 때문에 앞으로 내부 소통은 더 꼬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SBS가 자회사 직원의 일방적 전직과 신입사원 임금 삭감을 강행하면서 노조의 로비 농성이 1주일째를 맞이하는 등 복잡한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이 사장은 2일 취임사에서 “앞으로 소통과 화합을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소통과 화합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사원 여러분들도 소통과 화합을 위해 노력해달라”며 “이를 위해서는 상호존중과 이해, 양보가 필요하다”는 언급을 남겼다.
SBS의 보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는지도 관심사다. 1998년 PD로서는 처음으로 8시뉴스 편집부장을 맡았고 첫 PD 출신 보도본부장을 지냈던 이 사장은 현업 시절부터 비주얼이 강한 연성 아이템을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이 사장은 취임사에서는 “스테이션 이미지의 중심으로, 불편부당한 자세로 사회적 아젠다를 제시하는 데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에서는 이 사장이 SBS와 자회사, 제작본부와 보도본부, 경영과 현업 등 각 분야를 두루 거쳤다는 점에서 기대도 걸고 있다. SBS가 최근 시청률 등 성적표가 부진하고 정부의 방송산업 개편에 따른 대응이 시급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중간광고나 특수관계자 규제 등 지상파를 과거의 틀에 가두어 두려는 시도에 대해서 당당히 맞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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