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련 거짓말 "이젠 안통한다"

정부 "전력 논의 안해" 북 언론 보도로 들통

'쓰고 보자 식’ 기사 오보 판명 사례 늘어





지난 15일부터 나흘간 서울에서 열린 남북 장관급 회담의 북한쪽 의제와 관련, 일부 언론의 ‘오보’를 부른 한 통일부 고위당국자의 거짓말 해프닝은 언론의 독자적인 사실확인이 불가능한 특수영역인 북한과 관련한 언론의 태도가 한층 더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지난 16일 장관급 회담의 첫 전체회의가 열린 직후 전력과 쌀 제공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는 일부 언론의 ‘오보’는 “그런 얘기들은 이번 회담에서 나오지 않았다”며 부인으로 일관한 한 통일부 고위당국자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기자들이 이 해프닝 이후 기자수첩 등에서 통일부와 이 당국자의 행동을 비판한 것은 그래서 타당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전력 제공 문제 등이 거론됐다”고 보도하면서 이 통일부 고위당국자의 발언이 거짓으로 드러난 점은, 언론의 독자적인 사실확인이 불가능한 특수성을 이용, 무책임하게 발언하는 당국자와 또 이를 신중히 대하지 않고 기사화한 언론의 태도를 되짚어볼 일이다.

회담을 주관한 당국의 고위관계자가 발언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신뢰할만하다고 판단했겠지만, 통상 예민한 사항의 경우 공식 결정이 이뤄지기까지 공개를 꺼리는 당국자들의 관행을 염두에 뒀다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이런 당국자 발언을 판단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이번 북한 언론기관을 통해 북쪽 회담 참가자들의 의제가 공개되는 과정이 남쪽 언론보도를 확인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런 결과를 낳아 국내 언론들이 오보를 수습할 수 있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는 북한이 6·15 공동선언 이후 자신들의 문제와 직결된 남한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 최근 사례가 바로 남북 장관급 회담이 ‘임동원 통일부 장관 구출용’이라는 언론보도를 부인한 사례와 지난달 30일 MBC 보도로 생존사실이 확인된 유태준씨 건이다.

‘임장관 구출용’ 보도 부인 사례의 경우 정치적 고려가 있다 쳐도 유태준씨 건은 “공개 총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는 조선일보의 보도가 사실무근이었음을 확인해주는 동시에 북한과 관련한 보도의 경우 직접 접근과 사실확인이 어려운 만큼 한층 더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재인식 시켜줬다.

이번 남북장관급회담 의제관련 보도 역시 북한이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더라면 결국 국내 언론은 잘못된 내용을 회담 기간 계속 보도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대다수 독자와 시청자들이 ‘오보’를 사실로 믿는 상황을 맞았을 것이다.

한 북한전문 기자는 “북한쪽 의제 보도 건은 통일부 당국자의 잘못이 크지만 언론도 이제 ‘우선, 쓰고 보자’는 식으로 북한 보도를 할 때는 지났다”며 “북한 당국의 남쪽 언론보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국내 언론의 북한관련 보도가 한층 더 신중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