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의뢰한 여론조사가 엉터리 없는 설문이었다고 한다. [고가 옷 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언론의 보도행태가 어떠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다분히 유도성 설문이 쓰였다는 지적이다. 당연히 여론은 오도됐을 개연성이 높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설문문항은 이랬다. ①과장적 보도를 하고 있다 ②편파적 보도를 하고 있다 ③재미 흥미위주의 보도를 하고 있다 ④사실적 객관적 보도를 하고 있다.
이런 네 가지 문항에서 골라 응답하라는 주문이었다. 네 항목 가운데 세 항목(75%)이 부정적인 문항으로 짜인 애초 설문설계가 잘못됐다. 답변의 52%가 언론보도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렇다면 48%는 선택의 여지가 제약당한 상황에서도 언론보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인 만큼 언론으로선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언론에 욕구되는 분명한 역할이 제기된다. 국민여론을 반영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면 왜 진작 여론조사에 나서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몇몇 신문사는 항시조사가 가능한 자체 조사시설을 갖췄는데도 다분히 소극적이었다. 그도 아니면 전문조사기관에 의뢰해 국민여론을 제때에 알려줘야 하지 않았을까? 매번 정부에서 발표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쓰려는 태도로선 곤란하다. 그런 자세는 공론을 만드는 언론의 모습이 아니다.
국민들이 이번 사건을 뇌물사건으로 보는지, 옷 로비가 실제 있었다고 판단하는지, 법무장관 사퇴여부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지, 검찰수사는 공정했다고 보는지, 언론의 보도가 과연 마녀사냥식이었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의당 묻고 살폈어야 했다.
이번에도 언론사의 뒷북치기 여론조사 결과가 뒤늦게 지면을 장식했다. 언제나 그렇듯 안타까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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