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 창립35주년 특집] 신문개혁 내부동력이 없다

'그래도 가야 할 길' 참여분위기 복구 시급



"길게 봐야 한다. 그러나 비관적이다."



신문개혁을 바라보는 현장의 반응은 이런 식으로 요약된다. '정간법 개정 등 법.제도적 개혁을 내부의 힘으로 이뤄내기엔 기자들의 역량이 미약하고, 그렇다고 정부가 직접 나설 의지도 없어 보인다. 결국 신문개혁은 기자들을 비롯한 사회전반의 의식변화와 함께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할 문제이지만, 과연 바뀔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무기력 무관심 안팎 장벽



"방송사와는 달리 신문사엔 사주라는 '장벽'이 있다. 그리고 숫자도 많다." "신문노조가 소유구조 개혁이나 편집권 독립을 내걸고 파업할 수 있을까. 모토가 너무 크다." 두 신문사 노조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처럼 일선 기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은 신문개혁만큼이나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다. 주동황 교수(광운대 언론학)는 "기자들의 참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민.언론단체들이 밖에서 아무리 신문개혁을 주장한다 해도 내부의 움직임이 없으면 결국 구호로 그칠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일간지 기자는 이에 대해 "사주의 전횡에 맞서 조금이라도 저항의 태세를 보이면 당장 인사 불이익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순탄한 길을 가는데 누가 쉬운 길을 놔두고 굳이 힘든 길을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여기에 '상황요인'도 덧붙여진다. IMF 체제가 신문산업의 재편기로 이어지면서 많은 신문사들이 존폐 기로에 처했다는 것이다.



한 기자는 "현상유지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여력이 없는 것이다. 기자들의 무력감만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여기에서 나온다.



한 기자는 "그동안 편집권 독립을 비롯해 신문개혁을 위한 내부 움직임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지금 기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법.제도적인 보완이 채워야 할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다른 한편 신문개혁의 방향이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개혁이 되면 어떻게 바뀌고 어떻게 나아진다는 것인지 와 닿지 않는다는 것도 일선기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주장에는 이미 비관적인 전망도 함께 깔려 있다. '정권의 기본목표는 정권재창출이고 그렇다면 여론몰이가 필수적인데 과연 건드려서 득될 것 없는 신문에 메스를 가할의지가있겠느냐'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문개혁이 결국 사회 전반의 의식변화와 함께 가야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일간지 기자는 "신문개혁은 의식변화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면서 점진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며 "일례로 이제는 개인도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이전엔 드문 일이었다. 그런 움직임이 생기니까 기사작성도 좀더 신중해지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어김없이 '비관론'이 자리잡는다.



"의식전환을 얘기한다면, 그것은 언론과 기자의 특권의식을 없애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그것이 없어지려면 언론이 각종 특혜를 받으면서 영향력을 확장해 온 시간만큼,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일"이라는 말한 한 기자는 "솔직히 기약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점진적으로 바꾸어 가야겠지만 '어느 세월에', '과연 기자들이 중심에 서서' 실행해 나갈 수 있겠냐는 전망이다.



이처럼 신문개혁을 둘러싼 기자들의 생각 곳곳엔 부정적인 입장들이 두껍게 퍼져 있다. 문제는 신문개혁에 대한 이런 '현실적인' 전망들이 결과적으로 현실을 개선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됐다는 점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주언 사무총장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해야 할 부분과 기자들이 할 일이 연계돼 있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선 기자들의 참여가 없다면 신문개혁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못박았다.



"공정거래법 등을 통해 경영 투명성과 시장질서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여론반영에 일조하고 투명경영을 실행하는 신문사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것 등이 정부가 정책적으로 할 일이라면, 기자들의 우선 과제는 다시 편집권 독립이 돼야 한다. 그런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신문개혁의 연결고리가 생길 것이다."



[족벌 해체에서 현상유지 까지]

기자들이 본 '이것이 개혁' 다양한 입장차



기자들이 풀어야 할 과제



94년 9월 8일자 기자협회보(790호) 우리의 주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지금의 한국언론에서 편집권이 실종된 지는 오래 됐다. '영토확장'과 이윤추구, 극심한 자사이기주의 앞에 자유언론, 편집권 수호라는 말은 어느새 먼 과거의 이야기가 돼버렸다.&그러나 정작 우리 언론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이처럼 내부는 곪을 대로 곪아 있으면서도 그것을극복해야 할'위기의 문제'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더 늦기 전에 다시 시작할 때이다."



다시 질문은 '언제까지 개혁대상으로만 남을 것인가'에서 시작한다. 김상철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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