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유료화, 신문의 새로운 도전…공짜뉴스 능가할 '프리미엄 콘텐츠' 관건

하반기 신문계 태풍의 눈 '뉴스 유료화'



   
 
  ▲ 미국 신문들이 뉴스유료화를 실시하는 등 세계적 흐름 속에 국내 신문들도 뉴스유료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2009년 1월 버락 오바마 새 미 대통령의 취임일 워싱턴 DC 가판대에 깔린 미국 신문들. (뉴시스)  
 
신문시장 하락세·모바일 성장 배경
조선·매경, 9월 유료화 서비스 예정
콘텐츠 제작 능력·뉴스룸 혁신 과제


“정부로부터 350억원의 보조금을 받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가 뉴스통신사 본연의 기능에서 벗어나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는 소매까지 해서 고객인 신문들과 직접 경쟁하며 콘텐츠 유료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네이버가 잡식성 공룡으로 비대화해가는 데 대한 저지선을 쳐야 한다. 불공정 거래를 규제할 방안과 함께 헐값으로 또는 공짜로 콘텐츠를 뿌려대며 국내 콘텐츠 산업의 숨통을 막고 있는 데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올 상반기 신문계에는 조선, 중앙일보의 연합뉴스 전제계약 해지가 이슈로 떠올랐다. 이 신문사들은 연합뉴스가 포털 뉴스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여기에 조선 중앙을 비롯해 동아, 매일경제 등은 네이버 비판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처럼 주요 신문사들이 연합뉴스, 포털에 전쟁을 선포한 까닭은 신문사 경영의 돌파구로 주목되는 뉴스유료화로 가기 위한 전 단계 작업이라는 게 대다수의 시각이다. 신문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온라인 뉴스 시장을 포털과 연합뉴스가 주도해 신문의 설 땅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네이버가 뉴스스탠드 서비스를 도입하자 급격한 트래픽 저하에 따라 신문사 닷컴의 수익도 급전직하하고 있다.
신문, 포털, 연합뉴스 세 ‘행위자’들의 갈등 속에 주요 신문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뉴스유료화를 본격화할 태세다.

이 같은 신문의 유료화 움직임에는 한편에는 신문사의 경영악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펴낸 ‘2013 신문사 재무분석’(2012년 결산 제무재표 기준)에 따르면 2012년 신문사들의 광고 실적은 전년도인 2011년을 차치하고 2년 전인 2010년보다 더 악화됐다. 보고서는 “구독료 수익보다는 광고수익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 신문 환경에서 매출액, 당기순이익 등의 경영지표가 더욱 악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35개 신문기업들은 전년대비 3.96% 성장을 통해 총 2조48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표 참조). 경제지(5.70%)와 IT전문지(1.14%)를 제외한 나머지 유형의 신문들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전국종합일간지 가운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매출액 기준 3대 메이저 신문사들의 매출 총액은 9740억원으로 전년대비 7.57% 성장했다. 여타의 8개 전국종합일간지들도 총 5408억원의 매출로 전년대비 -1.89% 성장했다. 2011년과 비교했을 때 메이저 신문사들은 매출액 증감의 폭이 크고, 마이너 신문사들은 그 폭이 작았다.



   
 
 
반면 인터넷 광고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사상 처음으로 신문 광고비를 추월했던 인터넷 광고는 2012년 1조9540억원으로 5.3% 성장해 지상파TV마저 넘어섰다. 이 가운데 2010년에 출발한 모바일 광고시장은 2012년에도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 전년 규모의 3.5배 성장한 2100억원의 광고비를 기록했다. 이는 IPTV, 위성방송, DMB 모두를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다. 또한 지난해 모바일의 영향력 증대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신문이 스포츠지(-4.75%)와 무료신문(-35.10%)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 신문은 주로 출퇴근길 대중교통에서 소비가 이루어져 왔는데 대부분의 구독자들이 실시간 중계 및 콘텐츠의 질적인 측면에서 스포츠지와 무료신문보다 모바일을 선호하는 결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스포츠지는 속보성보다 정보의 분석력으로, 무료신문도 단순한 정보 전달보다 양질의 콘텐츠로 승부하지 않으면, 변화된 매체 환경에서 계속 생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신문은 어떠한 형태로든 ‘상품 차별화’를 실현해야 하는 과제에 놓였다. 조선일보는 오는 9월부터 ‘프리미엄 조선’이라는 이름으로 유료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기존 조선일보 신문에 실린 기사 외에 프리미엄 콘텐츠를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매일경제도 최근 TF를 꾸려 ‘매경 프리미엄’이란 이름으로 조선과 비슷한 형식으로 9월 경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당장 유료화 계획을 잡지는 않았지만 중앙일보도 모바일 앱을 전면적으로 개편해 언제든 유료화에 뛰어들 수 있게끔 만들었다. 중앙은 기존 신문을 지면보기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비롯해 모바일잡지 ‘매거진J’가 특히 눈에 띈다. 카테고리 중에 하나인 ‘라이프J’에는 푸드, 패션, 컬처, 하우스, 북, 헬스, 스타, 테크, 트래블 9개의 카테고리가 정리돼 있다.

각각의 기사는 중앙일보와 중앙미디어네트워크 내 젠틀맨, 레몬트리 등의 잡지들에서 제작했다. ‘갤러리J’는 사진 기사와 화보들을 모아 놓은 곳이다.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사진과 외국 통신사와 잡지들이 촬영한 개성 있는 사진들까지 감상할 수 있다.

이처럼 신문사들이 하반기 유료화를 앞두고 속속 유료화 계획을 앞세우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까지는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연합뉴스가 포털 뉴스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은 없지만 네이버에서 빠진다고 해도 신문사들이 풍선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연합뉴스를 대체할 인터넷매체도 적지않다는 점도 제기된다. 연합뉴스도 “신문들이 유료화 할 ‘프리미엄급’ 콘텐츠와 속보 위주의 연합뉴스 기사와는 충돌하지 않는다”는 반박논리를 내세운다.

결국 핵심은 ‘프리미엄 콘텐츠’로 집약된다. 하지만 신문사들이 기존 신문에 계열사 콘텐츠를 얹어 내놓은 서비스로는 ‘프리미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 또한 많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현재의 광고와 신문판매 매출 감소분을 상쇄할 정도의 성장 가능성이 있을지가 중요한데 현재 상황에서는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며 “지불의사가 낮은 수용자들에게 상품의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콘텐츠에 걸맞은 뉴스룸의 혁신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올해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가 작년 대비 80%가량 증가해 전자책 시대는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는 지난해 3250억원에서 올해 5830억원으로 79.4%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수용자들의 지불의사가 있는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이에 반해 뉴스 서비스의 경우 현재 네이버는 이미 모바일에서 자리를 잡고 있어 신문사들의 유료앱이 수용자들에게 ‘공짜’ 콘텐츠 이상의 효용을 선사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조선, 중앙, 동아 등이 네이버에 뉴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지만 수용자들이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유료화 성공을 위해서는 속보를 제외한 심층뉴스를 통해 차별성을 시도해야 하지만 현재 많은 대체재가 있는 상황”이라며 “종이신문 구독자의 온라인 뉴스 이용 행태들을 면밀하게 분석해 유료화 형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원성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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