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재점검” 등 정부 맹공에 “논조 변화 아니냐” 의문
“공론화 거치지 않은 방북결정에 초점 맞춘 지적일 뿐” 해명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중앙일보의 논조가 바뀐 거 아니냐.”
최근 평양 민족통일대축전 행사와 관련해 중앙일보가 연일 정부 당국에 맹공을 퍼붓자 언론계 일각에서 제기된 물음이다.
2001민족공동행사 남측추진본부 대표단의 평양 민족통일대축전 참석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된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7일 동안 중앙일보는 5건의 사설에서 방북단의 ‘돌출행동’은 물론, 정부 책임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중앙은 특히 21일자 ‘대북정책 재점검할 때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우리는 정부의 대북정책을 큰 틀에서 지지해 왔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북한의 일방적인 대남정책에 한없이 끌려만 다니는 정부의 유화 일변도 자세, 북한의 변하지 않는 대남 자세, 그로 인해 남쪽 내부에서 빚어지는 갈등의 극단화 현상 등은 정부 정책을 회의적으로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은 또 23일 사설에선 이번 평양 민족통일대축전 논란의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임동원 통일부 장관의 거취 문제를 언급, “임장관은 남남 갈등을 증폭시킨 책임과, 그 자신이 남남 갈등의 주요 원인이라는 인식을 갖고 스스로 물러나는 게 대통령에게 더 이상 누를 끼치지 않는 남은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 대북 정책에 강한 회의론을 제기한 것과 대북 포용정책의 ‘전도사’로 일컬어지는 임장관의 자진사퇴론을 들고 나온 것은 앞서 21일자 사설에서 밝힌 “정부의 대북 정책을 큰 틀에서 지지”해 온 기존 입장과 다르게 비춰지면서, “중앙이 대북정책 지지 입장을 거둬들이는 것 같다”는 해석을 낳은 것이다. 중앙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지지 입장은 홍석현 회장도 대학 강연회 등에서 몇차례 공언한 바 있다.
이런 외부의 시각에 대해 중앙의 이장규 편집국장은 30일 “우리의 논조에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최근 보도의 포커스는 방북 결정 자체가 투명하지 않고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데 대해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예상치 않은 문제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또 “(이런 보도태도가) 햇볕정책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햇볕정책이) 잘되게 하기 위해서도 그런 지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앙의 다른 고위 편집간부역시 “비판 없는 지지가 어디 있겠느냐.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논조가 바뀌지 않았다”며 “‘재검토’란 표현은 6·15선언 이후 일련의 흐름이 다른 단계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재검토해야 할 게 있다는 지적”이라고 말했다.
권영빈 주필은 31일자 기명 칼럼에서 “임장관의 사퇴가 곧 대북 포용정책의 실종이라는 구도가 잘못된 것”이라며 임장관 자진사퇴론과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는 논조와는 무관함을 간접 표명했다. 권주필은 “햇볕정책의 전도사로서 그의 역할과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막후인물로서 그의 공적을 높이 인정하면서도 이제 그의 역할은 끝났다고 본다”며 “햇볕정책의 2단계 진입을 위해서 그를 2선으로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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