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 조작 사건과 관련해 조선일보가 이례적으로 1면에 게재한 칼럼이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24일 조선일보는 1면에 '대선여론 조작 목적이면 330위 사이트 골랐겠나’란 제목의 칼럼에서 국정원 직원 김씨의 인터넷게시판 활동이 대선에 개입하려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에 한겨레는 25일 2면 머리 ‘현장에서’ 칼럼을 통해 국정원을 두둔하는 것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김창균 부국장이 쓴 이 칼럼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고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했다는 야당의 가설대로라면 김씨는 네티즌이 많이 모이는 사이트, 특히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많이 모이는 사이트로 갔어야 한다”며 “‘오늘의 유머’ 사이트는 지난 4월 둘째주 방문자 수 기준 순위가 전체 사이트 중 330위다. 하루 평균 순 방문자 수가 6만 5213명으로 네이버의 1%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김 부국장은 “오유는 종북 성향과 친야 색깔을 지닌 사이트로 북 요원을 감시, 추적하기 위한 적합한 무대”라고 밝혔다. 그 근거로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국정원 김씨가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댓글 120개를 들었다. 김 부국장은 “하루 평균 한 개꼴로 한두 줄짜리 짤막한 댓글을 올린 것”이라며 “대선에 개입하라는 상부 지시를 받고도 이랬다면 태업(怠業) 아니면 항명(抗命)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을 비난하거나 민감해하는 이슈를 건드렸을 뿐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거나 문재인 후보를 비난하는 글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 부국장은 “박 후보와 문 후보 이름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야당은 김씨 댓글 때문에 108만 표 차로 갈린 대선 결과가 바뀌었을지 모른다고 주장하며 김씨 댓글을 3·15 부정선거에 빗대고 4·19 혁명처럼 들고일어나야 한다고 선동한다. 국민을 ‘얼라’ 취급한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이에 국정원 사건을 계속 취재해온 정환봉 기자는 한겨레 칼럼을 통해 조선의 칼럼이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 칼럼은 우선 120개라는 댓글의 숫자에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 기자는 “국정원 직원 김씨 등이 인터넷에 올린 글은 지금까지 파악된 것만 400개가 넘고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지난해 대선 직전 김씨는 이틀 만에 오피스텔을 나와 노트북 등을 경찰에 제출했는데 그간 작업 내용을 지웠을 가능성이 높다. 김씨가 ‘오유’에 올린 글 상당수가 삭제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게시글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했다.
또 국정원 직원들이 330위인 오유 게시판에서만 활동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정 기자는 “중고차 매매 누리집인 보배드림과 쇼핑정보를 모아둔 '뽐뿌'에서도 활동했다”며 “이곳들은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 방안’을 그대로 따른 셈”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 직원들에게 국내 정치 개입을 지시한 ‘원장님 지시 강조 말씀’을 지난 3월 18일 보도한 바 있다.
'오유'에서 북한의 사이버요원을 찾는 활동이었다는 근거도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정 기자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이 내놓은 오유가 종북 성향이라는 증거 자료는 수년 전에 쓰인 5개도 채 안 되는 글”이라며 “수서경찰서 수사팀 관계자는 부실한 자료라고 실소를 보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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