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정전 60주년에 맞는 봄

[스페셜리스트 | 국제]김성진 연합뉴스 기자·국제국


   
 
  ▲ 김성진 연합뉴스 기자  
 
북한 미사일 정국 등 한반도 긴장 상황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한·중·일 동북아 3국 순방을 마무리했다.

최근 일련의 상황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중 두 나라의 자기장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아니나다를까 미국 공화당의 매케인 상원 의원은 이번 사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위협이라기보다는 중국이라고 적시했다. 케리 장관이 중국에서 더 큰 대북 압박을 요구했으나 일단 미·중 양국이 ‘평화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선에서 합의를 봤다. 그렇다면 남북 대결 상황도 미·중 공동 억지력 안에서 맴도는 찻잔 속 태풍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남북이 서로 대놓고 싸우겠다면야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잠시 여기서 큰 그림을 좀 그려볼 필요가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새 정부 출범후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 그를 맞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사상 최고라며 맞장구 쳤고 중국에 민감한 군사 시설을 처음으로 보여줬다.

과거 1970년대 구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데탕트로 중국을 활용한 미국의 전략을 이제는 중국이 거꾸로 차용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중·러가 쉽게 대미 공동전선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둘다 덩치가 너무 크고 무엇보다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동 연해주에 대한 중국의 진출에 러시아가 경계를 표하는데서 알 수 있듯 땅덩어리가 유라시아에 걸친 러시아로서는 마냥 중국과 가까워질 수만은 없다.

한편 미국은 일본에 그동안 보여주지 않던 자국의 핵 군사시설까지 공개했다. 센카쿠 문제로 중국과 대립하면서 미국의 지원을 기대한 일본으로서는 대체로 만족하는 모양새다.

우리도 북한과 대립하면서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미국에 바랐다. 미국은 전례없이 B52 폭격기, B2 전폭기를 통해 대북 무력시위를 했다. 국가급 동원 훈련을 했다는 북한까지 치면 양측이 도상 전쟁 연습을 한 셈이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우리는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구매 의사를 밝혔다. 또 한·미 사이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가장 껄끄러운 현안인 한·미 원자력 협정 재개정 문제가 남아 있다.

여하튼 한·일 두 나라는 탈냉전 2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미국의 강력한 안보 지원에 의존하는 나라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북한은 동북아에서 미국이 직접적 지역국가가 아니면서도 관여할 수 있는 좋은 명분이 된다.

군사적으로 흥미로운 점은 케리 장관이 방중 당시 중국이 대북 압박을 통해 비핵화 과정으로 이끈다면 미사일 방어망(MD)을 감축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미국은 당초 이란 미사일 문제를 구실로 유럽 쪽 MD를 강화했다가 러시아의 반발을 사자 관계 재정립 차원에서 누그러뜨린 바 있다.

작금 동북아에서 벌어지는 것도 닮은꼴이다. 그렇잖아도 중·러는 이번에 북한 문제를 이유로 미국이 군사적으로 너무 세게 나간다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어쨌든 한반도 긴장 국면이 당장 전쟁으로 치닫지는 않으나 군사적 대치에 따른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제기됐다. 1990년대 초 걸프전으로 이름을 알린 CNN뿐 아니라 점잖던 BBC까지 각종 세계 매체가 한반도로 몰려들었다.

또 하나의 이슈는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갖고 있느냐 여부로 미 국방부 등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미국의 보수 방송 폭스뉴스는 아예 ‘광인(Mad Man)의 미사일’이라는 제목을 달고 북한 미사일 정국을 전했다.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이다. 그런데 바깥에선 온통 전쟁 분위기였다. 춘래불사춘. 그래서 4월 중순에도 진눈깨비가 날렸던가 싶다. 그나마 우리 국민이 중심을 지켰다. 사재기 등 패닉 현상은 없었다. 북한도 조용했단다. 남북한과 세계의 간극은 여전하다. 세계를 향한 우리 언론의 균형있는 발신은 그래서 중요하다. 어쨌든 봄은 오긴 오나보다. 김성진 연합뉴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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