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들, 평양축전 보도 배경설명 없이 단순사실 과장 급급
8·15 평양 민족통일대축전 행사에 대한 언론 보도의 문제점은 행사의 의미와 성과는 외면하고 ‘돌출행동’을 침소봉대한 것이라고 방북 단체와 언론단체는 한 목소리로 지적한다.
경실련 통일협회와 민언련 등은 관련 성명에서 “일부 언론은 축전의 긍정적 성과를 전혀 외면한 채 냉전적 시각으로 이번 방북 과정에서 일어난 일부 돌출행동만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흠집 내는 데 혈안이 됐다”고 지적했다. 기념식 참석 문제로 논란을 겪었고 일부 참가단의 ‘돌출행동’이 있었다 해도 이같은 행사 자체의 의미는 정당히 평가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돌출행동과 관련해서도 실제 어떤 전후사정과 배경에서 그런 행동이 이뤄졌는지 등을 주의 깊게 다루기보다는 단순 사실을 과장하는 데 급급했다.
23일자 조선, 중앙 등이 크게 보도한 김일성 주석 밀랍상 앞에서 큰절을 하거나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있다는 보도 등은 김숙희 YMCA회장의 부인 발언에서 보듯 사실상 민화협 등 참가단체 관계자들의 “카더라” 방송을 확대, 과장한 측면이 있다고 방북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평양 축전을 취재했던 한 월간지 기자는 “강정구 교수 방명록 서명 파문이 현장에 알려진 18일부터는 방북단 사람들도 행동에 주의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런 상황에서 돌출행동이 계속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일성 주석상에 수십명이 큰절을 했다는 것도 사실 참관단이 20여명 단위로 조를 편성해 이동한 점을 볼 때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자는 “현지에선 통일연대쪽 인사들의 돌출행동뿐 아니라 일부 보수적 성향의 인사들이 북한 안내원들 앞에서 북한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돌출행동’도 눈에 띄었는데 언론은 이에 대해선 철저히 외면했다”고 말했다.
본지가 직접 확인취재한 데서 드러난 것처럼 김주석 밀립상 앞에서 ‘눈시울을 적신’ 당사자는 김주석에 대한 개인의 감정이 아닌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아들을 추억하며 흘린 눈물이라고 밝혔다.
다른 각도에서 볼 때도 언론의 보도는 이런 행위의 이유나 배경 등에 대한 명백한 사실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도 문제가 있다.
한 통일부 출입기자는 23일 공동취재단 활동원칙을 위반한 중앙일보 기자에게 출입정지 1년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김주석 상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면 왜 흘린것이고, 큰절을 했다면 누가 어떤 이유로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사실확인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일부 출입기자는 “강교수 방명록 서명 보도로 불거진 논란이 추가 보도로 확대 재생산 돼 더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8·15 평양 통일축전과 관련한 언론보도 태도는 그들 스스로 이들 방북단의 돌출행동으로 우려했던 ‘남북관계의 악화’ 또는 ‘남북 민간교류의 후퇴’를 확대와 과장 보도로 방조한 혐의를 벗기 어렵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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