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보는 지역언론사 복지실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지역일간지 편집국장 출신의 한 기자를 만났다. 그는 지방신문의 급여 수준, 근무여건의 열악함, 구조화되고 일상화된 경영난 등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전체로 일반화할 수 없지만 그의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지역기자들의 현주소로 읽힌다. 그의 이야기를 기고문으로 싣는다. 언젠가 기자들만의 술자리. 한 동료의 얘기에 모두들 씁쓸해하며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아내가 아이들 학자금을 회사에서 타오는데 한번은 담당 직원이 아내에게 “아저씨가 잘 나가는 신문사 기자인데 왜 ○○씨는 매번 우리 회사에서 학자금을 타가세요”라는 것이었다. 아내는 순간 당황스러웠고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그 상황을 빨리 빠져나와야만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지역신문사에서 직원 자녀들에게 주는 중·고등학교 학자금 지원이 끊긴 지 오래됐다. 대학 학자금 지원은 아예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IMF구제 금융 이전. 출장취재를 나갈 때면 회사차량, 운전기사, 사진기자, 취재기자가 한 팀이 돼 움직였다. 당연히 출장비를 지급받은 뒤 취재에 나섰다. 지금은 어떤가. 취재기자 한 명이 회사차량을 몰고 가 사진 찍고, 취재한다. 심지어 자기차량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1인 다역을 하는 기자들의 활동이 문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사취재나 사진취재 어느 쪽에도 집중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기자들에게 최고 복지는 일한 만큼의 봉급이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동떨어져 있다. 지역기자들의 경우 대부분 같은 또래 학창시절 친구들과 봉급 얘기 하는 것을 싫어한다. 친구들의 입에서 ‘억! 억!’ 소리가 들려올 때, 지역기자들의 입에서는 ‘악! 악!’이란 비명소리만 나오기 때문이다. 친구가 느닷없이 ‘너는 얼마나 받아?’라고 하면 ‘응, 너 정도는 받아’라고 슬쩍 물리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서 그치면 다행이다. 회사수입이 감소되면 기자들이나 직원들의 봉급으로 전가된다. 이것도 부족하면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르기 일쑤다.
노사임금협상 때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것이 연월차 수당 지급여부다. 거의 해마다 협상결과는 ‘연월차 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테니 의무적으로 사용하라’는 것이다. 적은 인력에 허덕이고 있는 지역신문의 현실에서 연월차를 찾아 쓴다는 것은 다른 동료에게 ‘나는 쉴 테니 네가 더 일해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기자들이 자신의 연월차를 절반도 사용하지 못하고 회사에 반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흔히 선배들이 기자들을 위로한다며 자주 쓰는 말이 있다. ‘기자는 봉급으로 먹고사는 게 아니라 자존심으로 먹고 산다’고. 이 말도 이제는 낭만으로 들리지 않은지 오래다.
지역신문 기자들에 대한 복지수준이 낮은 이유는 열악한 수익구조에 있다. 작은 파이를 더 잘게 썰어 나눠 먹어야 하는 과당 경쟁이 첫째 이유다. 신문산업의 쇠퇴와 새로운 수익창출 구조의 빈약도 한몫을 거들고 있다. 문제는 기자들에 대한 지원이 작아지면서 지역신문의 질도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향평준화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이 문제다. 기사의 질은 낮아지고 독자는 멀어져 가고 보급망과 광고수익은 계속 줄어든다.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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