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방주말' 파업 사태와 우리 언론

[스페셜리스트│국제] 김성진 연합뉴스 기자·국제국


   
 
  ▲ 김성진 연합뉴스 기자  
 
새해 들어 중국 당국의 기사 사전 검열로 촉발된 진보 성향 주간지 ‘남방주말’의 파업 사태가 기자들과의 합의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그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홍콩발 보도에 따르면 남방주말 파업을 지지한 시위가 사옥 근처에서 계속되자 당국은 여지없이 시위 참가자들을 연행했다.

남방주말을 성원하던 연예인과 다른 유명 인사들도 중국 당국의 경고를 받았다. 재미있게도 차(茶)의 나라인 중국에서 당국자의 경고는 “차 한잔 마시자”로 통한단다.

일당 독재 중국에도 언론 자유의 바람이 불까. 아직은 조심스런 전망이나 ‘체제 내 언론 개혁’의 바람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시진핑 체제에서 합리적 정책이 시행된다면 중산층 성장을 등에 업은 언론 매체들이 계속 힘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일당 독재라는 ‘역린’(逆鱗)을 건드리는 언론만큼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남방주말 파업 사태에서 역시 주목할 것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의 뚜렷한 영향력이다. 제 목소리를 내는 전통 인쇄 매체가 억압당할 경우 온라인 매체를 통해 각계의 지지와 성원이 잇따랐다. 2011년 초 ‘아랍의 봄’에 자극 받은 중국이 가뜩이나 엄격한 온라인 통제를 한층 강화했으나 역시 민의의 분출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음이 이번 사태로 재확인됐다.

필자가 지난 2011년 6월 한국기자협회 대표단의 일원으로 베이징에 갔을 당시 마침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중국을 방문했다. 현지 언론은 관례대로 김정일 방중 사실을 거의 보도하지 않아 중국기자협회 고위 임원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의전상 공식 매체에서 보도를 안해도 이미 휴대전화와 인터넷으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때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지나놓고 보니 웨이보를 비롯한 온라인 매체들의 파급력이 예상 밖으로 커졌음을 반증하는 대목이었다.

최근 수년간 중국에서 온·오프를 막론하고 언론의 활약은 주로 관료들의 부패와 환경 오염 및 식품 안전 문제를 집중 제기하는데서 두드러진다.

중국에서 언론이 서구 민주주의 체제와 같이 점차 제4부로서의 견제 역할을 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중국의 민주화가 진행될수록 친북 일변도인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민주화가 진행되면 외교 관리들이 주도하는 정책 집행에도 북한 정권에 비판적인 학자들과 국민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한의 대(對)중국 관계를 놓고 볼 때 정부간 교류에서는 우리가 북한에 훨씬 열세이나 민간 교류에서는 압도적이므로 북한에 우회적 압력을 행사할 여지는 향후 확대될 수 있다.

아울러 아직은 희망사항이긴 하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을 놓고 세계 2,3위 경제대국인 중·일 간 이해 관계에 기초해 합리적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중국 내에서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한편 남방주말 파업 당시 해고자들이 없었던 중국의 문제 해결 방식과 우리의 경우가 얼핏 대조된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 기간 언론 파업사태로 YTN 6명, MBC 6명 등 15명이 아직도 해직 언론인으로 취재 현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87년 체제’로 민주화 사회로 이행한 지 4반세기가 지났는데도 해직 언론인 문제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언론 민주화 후발주자인 중국에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결자해지이든 새로 들어서는 박근혜 정부의 결단이든 간에 언론 정상화의 단추를 제대로 꿰어야 동북아를 향도할 ‘민주 선진국’으로서 국격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김성진 연합뉴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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