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다시보기] 언론비평이 언론개혁의 길이다

한국언론에 자기수정의 전통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없다는 대답이 옳다. 보도불만을 제기하더라도 정정보도나 반론보도에 아주 인색하다. 반론권 보장은 자기과오를 인정하는 오점으로 오해하는 듯하다. 그러니 보도내용에 대한 비판은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몇년새 언론환경이 변화하면서 반론권을 보장하고 언론비평도 수용하려는 추세로 나가는 듯하다.

1997년은 한국언론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한 해였다. 일부 매체는 대선과정에서 특정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재벌·정권에 우호적인 보도행태는 IMF 사태를 초래하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언론은 정치기사의 편파성과 경제기사의 무비판에 대해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한국언론의 존재가치에 대한 회의가 시민사회에서 표면화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언론개혁 운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시민사회가 말하는 언론개혁은 자기모순을 교정하라는 당부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사는 경청은 커녕 배척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다 세무조사 문제가 불거지자 정치권력과의 결탁설·음모설을 제기하더니 언론탄압이라고 연일 공세를 편다. 여기에 한나라당이 가세하여 언론개혁=언론탄압이라고 등식화하여 정쟁의 도구로 삼는다. 그것도 모자라는지 색깔론을 들고 나와 붉은 물감을 덧칠하느라 광분하는 모습이다.

언론은 공공의 문제를 논의하고 비판하고 대안까지 제시한다. 그것은 국가정책에 반영되어 국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어느 누구도 언론으로 하여금 국사를 결정하도록 선출한 바 없다. 하지만 그것은 사회구성원의 묵시적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 언론의 임무요, 사명이다. 그 까닭에 언론이 IMF 사태 이후에만 해도 사회전반에 대해 개혁을 그토록 촉구하고 역설했던 것이다.

그런데 언론이 자기변화는 거부하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 세습경영체제의 족벌신문이 더욱 그러하다. 언론계의 일각이 개혁운동에 동참하면서 언론비평이 궤도를 설정하는 듯하다. 오랫동안 언론내부의 모순과 비리를 감싸온 침묵의 카르텔이 붕괴의 소리를 내며 보고싶지 않은 속살을 드러낸다. 그러자 반대편에서도 매체비평을 신설하고 예봉을 다듬는다. 아직은 자기이익을 지키려는 창과 방패를 닮았다.

언론개혁에 관한 말이 무성하다. 많은 입들이 허튼 소리도 마다 않는데 결국 그것은 언론인의 몫이다. 언론이 진실과 공정을 말하고 그것을 위해노력한다면 그것이 바로 언론개혁이다. 여기에는 꾸준한 자기성찰과 자기반성이 따라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쓴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언론비평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상호비평은 권력화를 견제·감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지금은 감정싸움처럼 비치고 공격과 방어의 수단같아 꼴사납기도 하다. 하지만 제몫을 할 날이 온다.

미국언론은 비판의 채찍을 받으며 자라 왔다. 오늘날 공정하고 품위있다는 평가를 받기까지는 매춘언론이란 수모도 감수해야만 했다. 20세기 초엽 미국언론은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사회의 비리와 모순에 눈을 감았다. 뜻있는 언론인들이 분연히 일어나 부패언론을 맹공하기 시작했다. 그 전통은 면면히 이어져 지금도 상호비평이 활발하다. 여기에다 언론비평가, 언론비평지도 많고 언론을 감시·연구하는 단체도 200여개나 된다. 미국언론 발전의 밑거름이다. 김영호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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