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한국 현대사, 빛과 그림자 모두 봐야"
'20세기 이야기' 펴낸 조선일보 독자서비스센터 김정형 팀장
일본의 거장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는 방대한 자료를 취재·정리한 역사서로 유명하다. 서양문명의 모태인 고대 로마의 역사현장을 15년에 걸쳐 15권의 책(원고지 2만1000장)으로 풀어내며 로마역사의 콜로세움을 세웠다는 평을 받는다.
조선일보 독자서비스센터 김정형 팀장이 펴낸 책 ‘20세기 이야기’(1900~2000)는 ‘로마인 이야기’의 콜로세움에 비견할 만하다. 한국의 격동기 100년의 역사를 8년간에 걸친 조사 끝에 총 10권의 책에 나눠 촘촘하게 복기해 냈다. 원고지 2만2000장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100년 동안의 세계적인 대격변 속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을까. 이 궁금증을 풀려면 국내와 국외에서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문제를 함께 소개해야 거시적이고 상대적인 관점에서 온전한 비교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팀장이 지난 100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0년 3월5일 조선일보가 개최한 ‘21세기 한민족 대항해시대’ 특별전에서였다. 20세기를 회고하는 이 전시회에 실무자로 참석한 그는 “20세기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며 충격에 빠졌다. 전시회가 끝난 후 관련 책을 편식했다. 1년 반 정도가 지나자 1~2권짜리 분량의 ‘20세기 소사전’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 무렵 김태익 당시 조선일보 문화부장은 “‘오늘의 소사’를 신문에 연재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는 아찔했다. 전국 수백만명의 독자를 만난다는 게 두려웠다.
고심 끝에 2002년 12월 2일자 조선일보에 ‘역사 속의 오늘’ 연재를 시작했다. 조사부 기자로서의 업무도 수행해야 했기에 글쓰기와 업무를 병행하는 하루하루가 고역이었다. 연재는 2개월 만에 중단됐다.
연재 중단 다음날부터 독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계속 연재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역사 속의 오늘’은 중단 열흘 만에 부활했다. 김 팀장은 “그때 독자들의 전화가 없었더라면, 20세기에 관심을 갖지도 못했고 이 책도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20세기 이야기’는 무엇보다도 보수와 진보 양쪽의 이야기를 함께 담으려 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산업화와 민주화로 대변되는 한국 사회의 두 축의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모두 실었다. 이는 책의 부제 ‘피와 맞바꾼 종잣돈’(1960년대) ‘개발독재, 빛과 그림자’(1970년대)에서도 드러난다.
또 해외의 사례를 통한 통찰력도 돋보인다. 가령 일본 학생운동 세력인 적군파가 납치한 비행기 ‘요도호’가 김포공항에 불시착한 사건, 전후 일본의 군국부활을 알린 미시마 유키오의 할복자살과 같은 사건을 통해 일본사회의 폭력성을 살펴볼 수도 있다.
김 팀장은 10권의 책 가운데 이번 달에 발간된 1960~1970년대 2권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해로 ‘1973년’을 꼽았다. 박정희 대통령의 중화학공업 육성 선언, 포항종합제철 준공, 중동건설 붐 등 산업화를 상징하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진 반면 김대중 납치사건, 최종길 서울대 법대 교수 고문사도 일어났다. 세계적으로는 미국의 베트남전 패배와 철수, 제1차 오일쇼크 등으로 세계 질서에 큰 변화가 생겼다.
그는 ‘20세기 이야기’가 “신참 기자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될 것”이라며 “진보와 보수 간에 도그마, 합리화, 독선, 진영 논리 등에 매몰돼 한국 현대사의 빛과 그림자를 보지 못하는 외눈박이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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