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감회는 없다. 여성이란 정체성보다는 10여년을 시사저널을 화두로 삼고 일해왔을 뿐이다.”
지난 11일 국내 시사주간지 사상 최초의 여성 편집책임자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은 시사저널 서명숙 편집장은 취임 소감을 이렇듯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시사주간지의 주독자층이 20∼30대 남성들이고 주된 관심사 역시 정치경제나, 사회 또는 국제문제 등 ‘하드’한 것이란 점을 볼 때 그의 편집장 임명은 ‘사건’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그는 자신을 ‘편견’ 없이 대해준 김훈 전 편집장 등 ‘열린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는 지 모른다.
사실 그에게도 시련기는 있었다. IMF 외환위기 직후 회사가 부도를 맞아 인쇄용지가 2주일 분밖에 남지 않았을 때 서 편집장도 ‘차라리 회사문을 닫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적지 않은 후배기자들을 눈물 속에 떠나보내야 했다.
3년여가 흐른 지금 시사저널은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시사주간지 시장은 전반적인 침체에 놓여있다. 이제 서 편집장의 고민은 이를 어떻게 돌파해 나가느냐에 집중돼 있다. 시사지의 주 독자층으로 알려진 20∼30대는 요즘 정치, 경제 등 무거운 주제에 눈을 돌리지 않고 있다.
그래서 서 편집장은 시사저널의 장점인 탐사보도의 기조는 유지하되, “독자를 기다릴 게 아니라 그들에게 다가간다”는 새 전략을 세웠다. 그는 “젊은이들이 친근히 볼 수 있는 시사지, 21세기 이슈를 선도적으로 제시할 잡지의 위상을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존 부서 중심의 조직 편제를 팀제로 바꿨다. 전문성과 다양성, 현장성과 기동성을 살리기 위해서다. 그런 만큼 이들 팀간의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각 팀간 ‘칸막이 현상’을 제어하기 위한 데스크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서 편집장은 그래서 “데스크가 더 극성스러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후배 기자들 사이에서 ‘마녀’ 내지는 다혈질이라 ‘뚜껑’이란 별명을 얻은 서 편집장이 얼마나 더 극성스러워질 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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