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신문 11월24일자 1면 | ||
안 후보는 대선 후보등록(25~26일) 마감을 사흘 앞둔 이날 오후 8시20분 서울 공평동 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한다.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다”고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9월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65일 만이다.
안 후보는 “저는 얼마 전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어내겠다고 말한 적 있다”면서 “더 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새 정치에 어긋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상처를 드릴 뿐”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라며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주시고 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달라”고 밝혔다. 문 후보 측과의 단일화 방식 협상에서 접점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 사퇴의 결정적 배경으로 보인다.
단일후보 문재인 ‘안 지지층 포용, 새 정치 반영’이 최대 과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23일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야권 단일후보’가 됐다. 하지만 문 후보 앞에는 탄탄대로만 놓여 있는 게 아니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안 후보와 그의 지지층을 어떻게 포용하고 가느냐 등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경향은 “우선 안 후보의 사퇴를 최대한 예우하는 행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불협화음을 터는 것이 시작이라는 것이다. 안 후보는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새 정치를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고스란히 문 후보의 숙제가 됐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김윤철 교수는 “안 후보의 사퇴에 답하려면 정치쇄신 의지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힘겨루기와 기싸움으로 흘렀던 단일화 과정을 이제라도 가치 연대로 복원시킬 수 있는 동력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쇄신은 필수적일 것 같다. 그래야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지원할 수 있는 명분을 줄 수 있다.
▲ 중앙일보 11월 24일자 2면 | ||
중앙 “朴·文 양자대결 시뮬레이션, 박 지지율 오르고 문은 떨어져”
야권 후보 단일화가 극적으로 성사돼 여야 1대 1 대결 구도가 됐다. 이제 올 대선의 마지막 변수는 단일화 시너지와 함께 세대별 투표율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양자대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장·노년층(5060세대 이상),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청년층에서 각각 60% 이상의 지지율을 얻는 등 세대대결 양상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통 장·노년층의 투표율은 높고, 청년층의 투표율은 낮기 때문에 현재 나타나는 여론조사 지지율보다 박 후보의 실제 득표율을 다소 높게 전망하는 게 합리적이다.
실제 중앙일보가 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2002년 대선의 세대별 투표율을 적용했을 때 박 후보의 지지율은 여론조사 결과보다 1.5%포인트(박-문 대결) 올랐다. 반면에 문 후보는 1.6%포인트 떨어졌다.
다만 이번 단일화로 안 후보 지지층이 얼마나 문 후보 지지로 옮겨오는지가 문 후보 지지율 변화를 가늠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 후보와 야권통합 후보 문재인 후보 간 양자대결을 했을 때 여론조사 결과는 박 후보가 47.3%로 문 후보(47.0%)와 0.3%포인트 차로 초박빙이었다. 박-문 후보 간 세대별 지지율은 20대(33.7% 대 62.2%), 30대(29.3% 대 64.6%), 40대(41.9% 대 49.2%)까지 문 후보가 우세한 반면 50대(61.6% 대 34.2%), 60대 이상(69.4% 대 25.8%)에선 박 후보가 앞섰다. 이를 2002년 대선 때의 세대별 투표율에 적용하면 문 후보는 45.4%로 떨어지고, 박 후보는 48.8%로 상승해 두 후보의 격차가 3.4%포인트 차로 커진다는 결론이 나온다. 2002년 대선에서 문 후보의 주요 지지층인 20대(투표율 56.5%)·30대(67.4%)는 평균 투표율(72.8%)보다 적게 투표하고, 50대(83.7%)·60대 이상(78.7%)은 더 많이 투표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연구원(EAI) 여론분석센터 정한울 부소장은 “10년 전 야권 단일화 때보다 고령화한 세대별 인구구성과 투표율 격차 때문에 단일화 이후 문재인 후보가 박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오차범위 밖으로 벌리지 못하면 승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 부소장은 “2030세대 투표율이 얼마나 오르는지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 “200여명의 기자, ‘후보직 사퇴’ 예측 못해”
한겨레는 이날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23일 오전 11시40분, 안철수 후보가 서울 공평동 캠프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 문재인 후보와 2시간 동안 비공개 회동을 한 이후 모든 일정을 접은 뒤 처음 언론 앞에 섰다. 캐주얼한 점퍼 차림의 안 후보는 기자들에게 “이틀 동안 고생하십니다. 밤에 잠도 잘 못 주무시고…”라고 인사를 건넨 뒤 6층 후보 집무실로 올라갔다.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이었다.
안 후보도 잠을 잘 못 잤다. 22일 문 후보와 단일화 방식을 담판하기 직전에 안 후보에겐 3개의 선택지가 보고됐다. ‘1안: 후보간 협상, 2안: 안철수 사퇴, 3안: 문재인 양보’가 핵심 내용이었다고 참모들이 전했다. 안 후보는 이틀 동안 1안과 3안을 관철하려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단일화는 이미 초읽기에 몰려 있었다. 그는 결국 2안을 선택했다.
후보간 담판에서는 문 후보에게서는 아무 약속도 받아내지 못했다. 풀기 어려운 매듭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단일화 협상단은 사실상 짐을 싼 상태였다. 안 후보는 오전 박선숙·김성식·송호창 공동선거대책본부장, 장하성 국민정책본부장 등 캠프 핵심 인사들과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숙의했다. 후보들에게서 전권을 위임받은 ‘단일화 특사’ 라인을 마지막으로 가동하기로 했다. 박선숙 본부장이 낮부터 문 후보 쪽 이인영 의원과 머리를 맞댔다. 특사 담판이었다.
안 후보는 온종일 공평동 캠프에 머물렀다. 오후 3시30분, 허영 수행팀장과 길을 나섰다. 걸어서 10분 거리인 종로경찰서에서, 후보 등록에 필요한 범죄경력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서였다. 캠프 5층에 마련된 기자실에는 안 후보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 ‘벼랑끝 전술’을 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돌았다. 안 후보가 기다리던 박 본부장은 저녁 6시15분께 돌아왔다. 후보의 전권을 받은 특사 담판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최후의 협상이 실패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안 후보는 특사들의 대화에서도 난제가 풀리지 않으면 사퇴하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 같다. 국민들에게 약속한 시한은 있고, 그렇다고 선뜻 받아안기 힘든 여론조사 룰 앞에서 갈 수 있는 길은 이제 두 갈래였다. 일단 무소속으로 후보 등록을 한 뒤 그다음을 모색하거나, 아니면 후보직을 던지는 것이었다. 무소속으로 후보 등록을 하는 순간 그는 또 한번 돌아오기 힘든 다리를 건넌 셈이 된다. 안철수 스타일에 맞는 길도 아니었다. 그는 후자를 택했다.
한겨레는 “기자실에 모여 있던 200여명의 기자 가운데 ‘후보직 사퇴’가 그 내용일 것이라고 정확하게 파악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처음이 그랬듯이 마지막도 마찬가지였다. 없는 속까지 포장해서 드러내는 여느 정치인과 달리, 끝까지 도무지 속을 내비치지 않는 새로운 종의 정치인이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 조선일보 11월24일자 3면 | ||
조선 “2002년만큼의 단일화 효과를 가져올지…”
조선일보는 10년 전 대선 후보 단일화를 예로 들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의 후보 단일화는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간 단일화와 일부 공통점도 있지만 여러모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2002년 11월 15일 노·정 후보는 여론조사로 단일 후보를 결정하기로 합의한 뒤 여의도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으로 '러브샷'을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를 계기로 단일화에 대한 기대감은 한껏 높아졌다. 이번에 문·안 두 후보가 지난 6일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2002년엔 노·정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에 합의한 데 반해 이번엔 여론조사 방식 합의에 실패했다. 노·정 후보는 9일간 여론조사 룰 협상을 하면서 합의와 결렬을 반복했다. 그러나 후보 등록일 사흘을 앞두고 여론조사 룰에 전격 합의했고 24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번엔 룰 합의에 실패하면서 여론조사를 실시하지도 못했다.
2002년엔 여론조사를 통해 노 후보가 단일 후보로 결정됐고, 정 후보는 곧바로 승복 의사를 밝혔다. 이번엔 여론조사로 승패를 가리지 못한 채 안 후보가 일방적으로 사퇴 선언을 했다. 문 후보와 사전에 어떤 논의도 없었다고 한다.
조선은 “승부를 못 가리고 사전 합의된 양보도 아니었다는 점에서 의문스럽다”고 지적하며 “2002년엔 단일화 이후 양 진영이 사실상 공동 정부를 위한 '정책 협의'를 시작했고, 정몽준 의원은 12월 9일 협약 체결 이후엔 노 후보와 공동 유세를 다녔다. 이번엔 정책 협약이 채 이뤄지기도 전에 중단됐고, 양측 간 공동 유세 약속도 없었다”고 전했다.
동아 “설익은 안철수 정치 좌초…결선투표제 도입 검토해야”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안철수 현상’ 감당 못한 설익은 안철수 정치의 좌초”라고 지적했다. 동아는 “안 후보가 서로 노선이 맞지 않는 문 후보와의 단일화에 매달리며 대선 승리에 집착한 것은 새 정치에 역행(逆行)하는 일이었다”며 “정치인으로 변신하기 위한 치밀한 준비 없이 대선을 불과 석 달 남겨두고 출마 선언을 하는 것으로는 대통령의 꿈이 불가능했음을 진작 깨달았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동아는 이번 단일화에 대해 “대선 때마다 이런 인위적인 후보 조정 과정을 거칠 바에는 차라리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한국정당학회장인 이현출 국회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심의관은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인위적으로 단일화를 시도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충분히 살펴보고 최종 주자를 선택할 수 있게 되고 단일화가 선거과정을 지배한다는 논란이 없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한 표라도 더 얻으면 이기는 현재의 단순다수득표제도에서 전체 유권자의 절반 이하의 지지를 얻고도 당선된 ‘소수파’ 대통령이 생기는 것을 막아 대통령의 국정운영 리더십도 확고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결선투표제 도입은 정치권의 합의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헌법개정과도 연계돼 있다는 점을 신문은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헌법 67조 5항에 ‘대통령의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된 것을 들어 법률 개정만으로 결선투표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결선투표제 도입이 법률에 위임할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 다수 헌법학자들의 견해다. 18대 국회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이 만든 개헌자문위원회도 “결선투표제 도입은 개헌을 통해야 가능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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