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협, '성범죄보도 기준' 간담회 개최

서울지역 13개 언론사 지회장 참석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추진중인 성범죄보도 세부기준에 대해 일선 기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기자협회는 서울 지회장을 대상으로 ‘성범죄 보도 세부기준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23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국화실에서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성범죄 보도 세부 기준 초안을 두고 서울 지회장들의 가감 없는 의견이 제시됐다.


 



   
 
  ▲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국화실에서 열린 '성범죄 보도 세부기준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박광우 국가인권위원회 사무관은 “우리나라에서 성범죄에 대한 관심과 대응이 시작된 것은 불과 20여년”이라며 “성범죄를 폭력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며, 성범죄 보도 권고 기준안은 이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 초안은 전문과 총강, 세부 실천 요강으로 이뤄져 있다.


화두가 된 세부 실천 요강은 ‘성범죄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정보를 특례법에 의해 수사기관이 공개한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항목이다. 지회장들은 언론이 수사기관에만 의존하는 것은 비판적인 시각에서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었다. 최선욱 중앙일보 공정보도위원회 간사는 “가해자의 신상공개는 언론이 권한을 행사하려고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데서 나온다”며 “언론이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보다 ‘상당한 수준의 신중을 기한다’는 식의 표현이 나을 듯하다”고 건의했다.


이무영 코리아중앙데일리 지회장도 “영어권 언론에서는 실명 공개를 꺼려하지 않는데 독자들이 정보를 통해 자기 방어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아동 성범죄 등 명백히 재발 가능성이 많은 범죄는 추가 피해 발발 여부에 공개 기준을 둬야 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김승호 파이낸셜뉴스 지회장도 “심각한 사회 문제를 발생하는 성범죄의 경우 언론사 자체 판단에 맡겨야 한다”며 “가해자의 신상정보 보호도 인권이지만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잠재적 피해자들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측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성중심적 성관념에 입각한 용어의 사용’이라는 문장도 지적됐다. 유덕영 동아일보 지회장은 “최근 성범죄가 여성이 가해자인 사건도 없진 않은 만큼 ‘남성중심적 성관념에 입각한’ 단어가 과연 옳은 것인지 고민해야한다”며 “남성과 여성보다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단어를 사용해야한다”고 제시했다.


‘성범죄 피해자와 사건 장소 등이 특정되도록 보도하지 않는다’ 항목에서는 기사를 쓰는 기자들의 고충이 토로됐다. 특정 지역을 거론하지 않으면 사건을 지칭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박관종 뉴스토마토 지회장은 “‘특정’이라는 표현을 순화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상황에 따라 우범지역인 경우 언론에서 문제 제기를 해서 치안이 나아진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총강에서는 ‘성범죄가 ‘우발적이고 우연한 사고’가 아닌 사회구조적 범죄의 일종이라는’ 문항에서 너무 사회구조적 측면만 강조됐다는 의견이 나왔다. 세부 실천 항목과 관련해 유덕영 동아일보 지회장은 “성범죄의 동기와 과정을 보도하지 않고 어떻게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전병역 경향신문 지회장은 “성범죄 보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온라인 기사의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인 만큼 기협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좋겠다”며 “가해자의 가족 등 주변 인물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길자 여성신문 지회장도 “권고안 기준 제정뿐만 아니라 차후 이에 따른 언론 보도의 모니터링도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은 이날 간담회에 대해 “올해 안에 성범죄 보도 준칙 제정을 목표하고 있다”며 “소중한 의견이 많이 나와 내실 있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9월 인권보도준칙을 제정했다. 성범죄 보도 권고기준 초안은 인권보도준칙의 세부 가이드라인으로 검토됐고, 여성민우회(2006년)와 경향신문(2012년) 등 기존 가이드라인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박광우 사무관은 “간담회 내용을 실무위원회 회의에 잘 반영하겠다”며 “인권 관점과 여성주의, 언론현업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실효성과 현실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성범죄 보도 세부기준 제정을 위한 실무위원회는 지난 12일 첫 회의를 열었고, 오는 26일 2차 회의에서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강진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