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 등을 다루는 신문들의 보도태도가 각사 이해관계에 따라 판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겨레 노조가 최근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한 자사 보도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관심을 모았다.
한겨레 노조 지면개선위원회(이하 지개위)는 16일 발행한 소식지 1, 2면에 실린 ‘세무조사 보도 균형감각 갖춰야’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상당수 국민들은 언론사 세무조사에, 정당한 조세권의 집행이라는 성격과 조·중·동 등 DJ정권에 적대적인 신문들에 대한 손보기라는 측면이 혼재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한겨레는 이 두 속성 가운데 한쪽 면만을 줄곧 강조해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개위는 또 보고서에서 “양측면을 함께 보고 있는 독자들에게 ‘세무조사=언론개혁’이라고만 주장하는 한겨레는, ‘세무조사=언론탄압’이라고 강변하는 한나라당과 같은, 또 다른 극단일 뿐”이라며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조·중·동이 한나라당을 앞세우고 자신들은 한발을 뒤로 빼는 상황에서도 한겨레는 마치 DJ정권을 대신해 한나라당에 맞서는, 대리전에 나선 형국이 조성돼 있고, 사람들의 인식에 ‘그런 신문’으로 각인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지개위는 이어 “균형감각의 회복이 긴요하다”며 “자칫 잘못하면 이 세무조사 국면은, 일부에서 제기하는 ‘부메랑’ 효과의 현실화 여부는 다음 정권에 가서 따지더라도, 가까스로 지키고 있는 ‘한겨레는 공정하다’는 이미지마저 훼손할 공산이 크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지개위는 또 소식지 3, 4면에선 ‘주장성 시리즈 독자외면 불보듯’이란 보고서를 실어, 지난 2일부터 13일까지 자사 신문 1면에 모두 여덟 차례 게재된 ‘언론, 새로 태어나야 한다’는 제목의 연재물에 대해 “이번 시리즈에서 거론된 주제와 내용은, 한겨레 독자라면 눈에 잔상이 남아 있을 정도로 익히 보아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개위는 보고서에서 “상당부문 ‘동어반복’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좀 더 바람직했을 선택은, 시리즈물 대신 ▷검찰 수사를 충실히 따라가면서 ▷조·중·동의 무리한 주장이나 한나라당의 몰상식한 역공은 그때그때 사안별로 대응하고 ▷검찰 수사 이후 법적·제도적 언론개혁에 대비한 본격적인 취재를 진행하는 것이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지개위 소식지 내용에 대해 한겨레 기자들 사이에선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자는 “한번쯤 지적해 볼만한 문제를 적절하게 다뤘다”고 평했다. 그러나 다른 한 기자는 “지개위가 제기한 형평성의 기준이 뭔지 오히려 궁금하다”며 “당혹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겨레 노조 지개위의 한 관계자는 “편집국장 등 간부들에게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할 지는 아직 검토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