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사랑했던 기자는 어느새 산사람이 됐다. 산과 함께 기쁨, 슬픔, 근심 등 모든 감정을 스스럼없이 나눴다. 1992년부터 편집부 기자로 오롯이 살아온 매일신문 한상갑 기자가 ‘에세이로 읽는 한국 100대 명산’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지난 2009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매일신문에 연재했던 ‘산사랑&산사람’ 시리즈를 모은 것이다. 이 기획은 지난 7월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산 시리즈를 시작하며 100대 명산을 완주하겠다고 목표했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었어요. 하지만 3년3개월 만에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100대 명산을 완주했죠. 완등에 성공했다는 자부심은 그 누구와도 견줄 수 없어요.”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그는 산의 아름다움과 함께 곳곳에 숨겨진 스토리텔링을 발굴해 소개했다. ‘정의를 훔친 임꺽정’이 관군을 피해 숨어든 경기도 파주 감악산부터 ‘까칠한 지식인’ 최치원이 은둔지로 택한 경남 합천 남산제일봉까지 다양한 일화를 읽기 쉽게 풀어냈다.
“흔히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해요. 대다수 사람들은 산에 무작정 올라 사진만 찍고 내려오죠. 하지만 산봉우리와 계곡, 사찰에 깃든 전설이나 역사를 알고 산에 오르면 등산의 기쁨은 배가 돼요. 실제로 독자들이 제 기사를 읽고 산을 재해석하게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보람을 느꼈죠.”
한 기자가 산에 빠져든 것은 과거 투병생활을 겪으면서다. 그는 2003년 6월 간세포암 진단을 받고 3개월을 넘기기 어렵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절망적인 소식에 납덩이같은 답답함이 가슴을 눌렀고, 당시 여섯 살 된 외동딸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한 기자는 “암 진단 직전 2~3년 사이에 편집기자와 회사 노조일, 대학원 등 강행군이었다”며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과로가 쌓였었다”고 말했다.
당시 병원에서는 수술을 해도 1년6개월을 넘기기 힘들다고 했지만 그는 산을 통해 건강을 회복했다. 그와 산의 인연은 수술 후 요양원 생활을 하며 시작됐다. 그는 2004년 여수요양병원에서 요양할 때 가까운 봉화산에 하루 1~2번씩 1년8개월 동안 400번 이상을 올랐다.
“우리 몸은 주인이 평정을 잃고 비관에 빠지면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도 주인의 의지를 따라 회복하려는 모든 활동을 중지해버려요. 하지만 저는 힘든 투병생활 속에도 산에 오르면서 평안을 얻고 감사와 기쁨 속에 지낼 수 있었어요. 등산에서 얻은 웃음과 행복 등 긍정적인 힘이 저를 치유로 이끈 거죠.”
한 기자는 지금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산행을 즐긴다. 그는 “암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 큰 문제”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현재 식습관 및 생활을 뛰쳐나와 늘 평온을 유지하며 규칙적인 운동과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기자는 2007년에도 매일신문에 2006년 1월부터 6개월 간 연재했던 기사를 엮어 ‘기적을 만든 21인의 암치료법’이라는 책을 냈다.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2번째 책을 발표한 한 기자는 앞으로 또 다른 시리즈에 도전하고자 고민하고 있다.
“향후 유적을 답사, 발굴하며 지역에 묻혀있는 고대사와 관련된 신비한 이야기나 역사 이야기를 기사로 멋지게 쓰고 싶어요. 저만의 특화된 시리즈로 지역 독자들이 쉽게 읽고 역사를 새롭게 바라볼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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