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의 개념을 법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주관 ‘공영방송의 개념적ㆍ정책적 이슈 진단 및 대안 모색’ 세미나에서 MBC를 중심으로 한 공영방송의 정체성 위기 문제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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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공영방송의 개념적ㆍ정책적 이슈 진단 및 대안 모색' 세미나에서 사회자인 김현주 광운대학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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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를 맡은 이화행 동명대 교수는 “방송법을 비롯한 여러 관련 법률에 ‘공영방송’의 개념 자체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며 “공영방송에 관한 규정은 일종의 관행일 뿐 법적 근거가 없어 공영방송의 개념이 각기 다르게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방송법은 법정 공공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에 소유되고 있는 MBC에 관해 어떠한 법적 언급조차 없다”며 “현행 방송법상 미흡한 공영방송의 범주와 역할, 책무에 대한 법과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명준 건국대 교수는 “공영방송으로서 MBC의 정체성 논란은 국가-자본-방송 관계 속에서 이해될 때 비로소 그 사회적 기능을 파악할 수 있다”며 “정부나 광고주의 직접적인 영향에서는 벗어나되 시민사회 공론장의 역할 수행에 따라 정체성 확립 기준이 마련되어야한다”고 밝혔다.
공영방송으로서 MBC의 정체성 위기 원인으로는 불안정한 재원 구조가 꼽혔다. 이화행 교수는 가장 큰 문제로 광고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재원구조가 공영방송의 정체성 상실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광고의존도를 완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적인 공적 재원 확보를 위해 수신료 제도의 개선과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독일에서 16명의 회계, 경영 전문가 위주로 된 ‘수신료 산정위원회’ 사례를 들었다.
강명현 한림대 교수도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재원의 합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KBS 수신료가 EBS에 지원되는 것처럼 MBC에도 상징적으로 일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광고로 재원을 운영하면 상업방송이고, 아니면 공영방송이라고 규정짓는 문제는 고민해야한다”며 “국가 재정이 어려웠을 때 공영방송의 재원을 광고로 택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재원을 다각적으로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토론자들은 일제히 MBC 사장선임 등 공영방송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좌지우지되는 것을 성토했다. 심영섭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독일에서 공영방송을 규제하는 방송평의회 평의원은 대통령이나 국회가 아니라 법이 정한 평의회 지명기관이나 단체가 직접 임명 한다”며 “독일은 지명기관의 지명권을 인정하지만 우리나라는 형식적으로 대표성만 강조할 뿐, 실제론 여야 선택에 따라 7 대 5나 3 대 2식으로 여야 균형을 맞춰 임명하고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게 된다”고 비판했다.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는 “사장선임 등 정치적인 압력이나 외부적인 요인이 아직까지도 공영방송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라며 “제도적 발전은 정치권이 얼마나 성숙하느냐 하는 문제와 굉장히 밀접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공영방송의 개념과 역할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박주연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독일만 해도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국민 보편적 접근성을 중심으로 한 공영방송의 틀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굉장히 단기적 과정을 통해서만 정책적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국민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공영방송의 공익이라는 가치에 대한 철학적 모색과 사회적 합의가 먼저 정립돼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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