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안팎에서 동시에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김재철 MBC 사장(왼쪽)과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뉴시스) | ||
MBC 안팎으로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김재철 사장과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거취 표명을 미루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MBC 사장과 방문진 이사장이 동시에 사퇴 요구를 받는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다.
김재철 사장은 MBC 파업사태 등으로 MBC 대주주인 방문진에 해임안이 상정된 상황이다. 또한 김재우 이사장은 단국대로부터 박사학위 논문표절 확인을 받아 방문진 안팎으로부터 사퇴요구를 받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요지부동’이다.
김재철 MBC 사장은 자신의 해임안이 상정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서 열린 이사회를 30분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했다. 여야 이사들은 “3주 전에 통보한 이사회를 어떻게 불참할 수 있냐”며 강한 어조로 성토했다.
방문진은 이날 170일 간의 MBC 파업사태와 관련해 김재철 사장과 정영하 노조위원장을 불러 의견청취를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김 사장이 경남MBC 컨벤션 입찰과 관련해 출장을 이유로 의견청취 출석을 30분 앞두고 이사회에 불참을 통보했다. 지난 20일 업무보고 이후 총평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아 이번이 2번째 불참이다.
김 사장은 표면적으로는 지역 출장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이날 상정된 해임안에 불편한 심경을 나타냈다. 김 사장은 “내 해임안이 제출된 상황에서 얼마나 성실하게 답변할 수 있을지 생각하니 못 가게 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사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김 사장을 격한 어조로 비판했다. 여권 측 김광동 이사는 “그게 방문진을 존중하는 태도냐”고 말했고, 여권 측 김충일 이사 역시 “방문진을 능멸했다”고 성토했다. 야권 측 권미혁 이사 역시 “자신이 떳떳하다면 나와서 근거를 제시했으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사들의 이 같은 성토 분위기에 이진숙 본부장은 “노사관계에 있어 정확한 사실을 대신 전달하려 왔다”며 출석 한지 5분 만에 자리에서 나왔다. 이사들은 이날 MBC에 방문진 이사장을 명의로 하는 경고문을 보내는 한편 10월4일 이사회에 김 사장을 다시 소환하기로 했다.
단국대 박사학위 논문표절 판정을 받은 김재우 이사장의 거취 문제도 이날 화두로 떠올랐다. 김 이사장은 앞으로 거취를 묻는 이사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본조사가 나오면 그때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야권 측 최강욱 이사는 “자연인 김재우와 단국대와의 절차만 남은 것이지 방문진 이사로서 도덕성에는 치명적 결점을 남겼다”며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야권 측 선동규 이사가 김 이사장의 논문 표절에 대해 “논문을 봤는데 문외한이 봐도 복사한 수준이다. 본인한테만 관대한 잣대를 들이대나. 정말로 표절했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묻자 김 이사장은 “표절이 아니다. 정당하다”며 항변했다.
선 이사는 “이걸 정당한 논문이라고 하는 걸 보고 놀랐다. 황당하다. 정당하다고 할 줄은 몰랐다.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이사회 자리를 박차고 나가 이사회가 5분 동안 정회되기도 했다.
여권 측 이사들 사이에서도 “결국 뜻대로 되지 않으면 불신임을 하면 되지 않냐”고 밝혀 김 이사장에 대한 사퇴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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